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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혼전문변호사 [사설] 노란봉투법 해석지침, 입법 취지 훼손하지 않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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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날짜25-12-26 21:13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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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혼전문변호사 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26일 사용자성과 노동쟁의 판단기준을 담은 해석지침(안)을 발표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시간 등을 ‘구조적으로 통제’한다면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도 ‘사용자’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입법과정에서도 진통을 겪었던 만큼 행정지침에 대해서도 당장 노사 양측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노동부가 각계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되 입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 것을 당부한다.
노동부가 해석지침에서 내놓은 ‘구조적 통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시간이나 휴게시간, 작업 일정과 강도, 작업 환경, 임금 등을 사실상 정하고 있다면 사용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의 일이 원청의 사업과정에 바로 포함돼 있거나, 원청과의 계약이 끊기면 하청업체가 존속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원청이 우월적 지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노동쟁의 범위에 대해서도 공장 증설이나 해외 투자, 기업의 합병·분할·매각 같은 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그 결과로 발생하는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전환 배치는 교섭 대상으로 봤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준, 징계나 승진 기준을 새로 만들거나 바꾸는 문제도 노동쟁의에 포함된다.
해석지침을 놓고 노동계는 ‘구조적 통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원청의 책임을 묻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비판한 반면, 경영계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명확히 한 점은 평가하면서도 지침이 여전히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입법과정에서도 노사간의 견해차가 컸던 사안인 만큼 어느 정도 예상된 반응이다. 상반된 노사간의 입장을 반영해 산업현장에 적용할 현실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념할 것은 행정지침이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결과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플랫폼 등 갈수록 복잡해지는 고용관계 속에서 노동자의 교섭권을 강화하고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남발을 제한하자는 사회적 합의에서 도입된 것이다. 원·하청간의 대화마저 불법인 상황과 노동 현장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갈등의 악순환을 끊자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행정지침이 사용자의 책임을 좁힌 것 아니냐는 노동계의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음달 15일까지로 돼 있는 행정예고 기간 동안 노동부가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을 당부한다.
‘악의 평범성’은 환상이다
해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의 주요 전제는 나치의 유대인 정책을 관할했던 친위대 중령 아돌프 아이히만이 상부의 명령을 수동적으로 집행한 소심한 관료였다는 것이다.
독일 철학자 베티나 슈탕네트는 아이히만이 195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망명 중일 때 남긴 기록과 언론인과의 인터뷰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아렌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히만은 ‘수동적 관료’가 아니라 ‘유대인 절멸 기계’를 설계하고 작동시킨 장본인이자 확신에 찬 인종주의자였다.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에서 지내는 동안 주도면밀하게 자기방어 논리를 고안했다.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은 “전쟁이라는 살인 모터의 거대한 동력 전달 장치의 작은 톱니들”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아이히만이 생애 마지막 해에 남들에게 보이기로 선택한 자신의 이미지였다”면서 아렌트가 아이히만이 공들여 연출한 ‘희생자’ 이미지에 속아넘어갔다고 판단한다.

가장 큰 대중적 관심 모은 소설
올해 소설 분야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책으로 꼽을 만하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몇년째 역주행 기록을 쓰고 있는 양귀자의 <모순> 등 출간된 지 오래된 소설들이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점가에서 <혼모노>는 예스24와 교보문고의 2025년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하며 젊은 소설가의 저력을 보여줬다.
올해 출판계 최대 화제 인물인 영화배우이자 출판사 대표 박정민의 추천사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보면 되는데”가 소설의 인기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나, 첫 장편 <두고 온 여름>(2023)을 비롯해 성해나가 2019년 등단 이후 꾸준히 문단의 주목을 받던 이름이었다는 점에서 작품 자체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다.
‘혼모노’ ‘스무드’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등 7편의 작품이 실린 소설집은 개성적인 캐릭터와 강렬한 서사로 진짜라고도, 가짜라고도 할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인류 문명 여명기에 대한 신화 부수기
인류 문명의 여명기에 대한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책이다. 우리는 흔히 인류가 선사시대에 수렵채집을 하면서 평화롭고 평등한 삶을 살다가 약 1만2000년 전 ‘농업혁명’으로 도시·국가·관료제가 출현하면서 불평등해졌다고 알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을 인정할 경우 불평등은 인류가 문명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된다는 점이다. 무정부주의 성향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1961~2020)와 고고학자 데이비드 웬그로는 인류학과 고고학 분야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신화 부수기’를 시도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유럽 계몽주의자들은 신대륙(아메리카) 선주민들로부터 사상적 영감을 받았다. 저자들은 또 농업 발달과 잉여 자산 축적의 결과로 사회 불평등이 발생했다는 기존 학계의 주장에도 반대한다.
우리의 지식이 대단히 가변적인 전제 위에 서 있으며 지적인 퇴행을 막기 위해서는 전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일깨워준다.

AI가 가져올 ‘불길한 미래’미리보기
인공지능(AI)이 몰고올 불길한 미래를 다룬 책들의 홍수 속에서 단연 돋보인 책이다.
유명한 외국 저자들이 다가올 미래를 분주히 예측하는 동안, 소설가 장강명은 한국 바둑계가 이미 ‘AI 이후’를 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2016년 이세돌 9단이 구글의 바둑 AI 프로그램 알파고에 패배한 이후 한국 바둑계는 전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먼저 ‘AI 충격파’를 거세게 경험했다. 모두가 AI의 포석을 학습하면서 기사들의 수준은 상향평준화됐지만 개성은 사라졌다. 프로 기사들은 ‘연습생 과외’ 일자리를 잃었다. 바둑이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예술’이라는 믿음도 훼손됐다.
기자 출신인 저자가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보여주는 바둑계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향후 AI가 바둑 이외의 다른 업계에 미칠 충격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주는 울림이 매우 크다.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이다./ 우리는 우리 영혼의 선장이다./ 아직까지는.”

‘죽음의 땅’ 후쿠시마의 기묘한 평화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사진작가 정주하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일어난 3년을 제외하고 매년 후쿠시마를 찾아 찍은 사진과 소설가 백민석과 황모과가 정주하의 사진을 보고 떠올린 소설을 엮었다.
정주하의 사진은 소들이 자연사할 때까지 그들을 돌보는 목부가 있는 미나미소마의 ‘희망농장’을 주로 담았는데 흑백으로 처리된 사진은 쓸쓸함을 자아낸다. 반대로 후쿠시마의 일상적인 모습은 컬러 사진으로 배치돼 죽음의 땅에 내몰린 소들의 모습과 대비된다.
황모과의 소설 ‘마지막 숨’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뒤, 방사능 물질이 흘러들어간 바다에서 죽은 인어의 사체로 만든 사료를 먹고 800년 넘게 살아가는 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죽음의 땅에서 얻은 영생이 과연 축복인지 고통인지 묻는다. 백민석의 ‘검은 소’는 제2원자력발전소까지 녹아내렸다는 것을 가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 교수가 생전 기획했다.

오키나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오키나와 출신 만화가 히가 스스무가 1995년과 2010년 각기 발표한 <모래의 검>과 <마부이>를 합쳐 2023년 출간한 그래픽노블의 한국어판이다.
독립된 왕국이었다가 일본에 합병된 슬픈 역사부터 1945년 3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오키나와 인구의 약 3분의 1이 사망한 ‘오키나와 전투’의 비극, 미군 기지 유치를 둘러싼 갈등에 이르기까지 오키나와의 과거와 현재를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인 그림체로 담았다.
저자는 애써 비극을 강조하진 않지만 일본이 미·일 안보체제의 부담을 오키나와에 떠넘겼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유타’라고 불리는 무녀의 역할이 인상적이다. 이들은 무속적 제의를 통해 오키나와인들이 지켜야 할 공동체적 연대의 소중함을 상기시킨다.
깊은 눈으로 역사를 들여다본 그래픽노블이라는 점에서 홀로코스트를 다룬 <쥐>와 1979년 혁명 이후 이란의 혼란을 그린 <페르세폴리스> 같은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는 우리를 지켜주는 불량배”
부동산 재벌 출신 유명인에 불과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어떻게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백인 저학력 노동자들은 왜 트럼프를 지지할까. 그들은 모두 백인우월주의자들일까.
‘감정노동’ 개념을 고안한 것으로 유명한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전 세계 민주주의자들을 당혹스럽게 한 트럼프의 선거 승리를 이해하기 위해 2017년 애팔래치아산맥 부근 켄터키주 파이크빌로 갔다. 트럼프 주요 지지층인 백인 저학력 노동자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저자는 파이크빌과 인근 지역 주민들을 7년간 심층 인터뷰해 ‘자부심’과 ‘수치심’이라는 열쇳말을 건져낸다. 트럼프 지지자들도 트럼프가 불량배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들에게 트럼프는 “우리를 보호해주는 우리의 불량배”다. ‘레드네크’(목덜미가 그을린 남부 백인 노동자)나 ‘힐빌리’(애팔래치아산맥 인근의 가난한 저학력 백인) 같은 납작한 용어들로는 다 포착할 수 없는 미국 사회의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책이다.

1800여쪽으로 펼쳐낸 김규식의 삶
현대사 연구자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의 역작이다. 10년 가까운 집필 기간을 거쳐 완성된, 1~3권 도합 1872쪽에 이르는 평전이다.
우사 김규식(1881~1950)은 해방 공간에서 ‘우익 3영수’로 꼽혔던 인물이지만 이승만, 김구, 여운형 같은 거물들에 가려져 생애와 활동이 충분한 조명을 받지 못했다.
1권(1881~1918년)은 유년기, 미국 유학 시절, 중국 망명과 독립운동 투신 등의 사건을 담았다. 2권(1919~1921년)은 파리강화회의 참석, 1인 외교투쟁, 미국에서 이승만과의 만남과 갈등을 다룬다. 3권(1922~1945년)에서는 러시아에서 개최된 극동민족대회와 국민대표회의, 중국인들과의 항일 연대, 민족혁명당 가입과 임시정부 부주석 재임 시기를 살핀다. 김규식의 삶뿐만 아니라 독립운동 세력 내부의 역학 관계까지 세밀하게 보여준다.
3권 말미에 실린 70여쪽 분량의 ‘김규식 자료 추적기’는 이 방대한 저서의 길잡이 구실을 한다.

오웰이 빚진, 그리고 지운 여인 아일린
영국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은 정치적 글쓰기를 예술로 만들고자 했던 지식인이자 파시스트들과 싸운 투사였다. 그의 대표작 <1984>와 <동물농장>은 동시대 좌파 지식인들이 소련을 낭만화하고 있을 때 스탈린 체제의 본질이 전체주의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폭로한 걸작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호주 작가 애나 펀더는 오웰의 명성에 가려져 있었던 오웰의 아내 아일린의 삶을 복원함으로써 오랫동안 ‘지식인의 양심’으로 추앙받아온 오웰의 치부를 드러낸다. 여성을 대하는 오웰의 태도를 다룬 대목들이 충격적이다. 여기에는 단순한 일탈이나 불륜을 넘어 성범죄라고 할 만한 행위들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오웰의 문학적 성취는 그것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제가 바랐던, 그리고 여전히 바라는 바가 있다면, 이 책이 하나의 해방이 되는 것입니다. 가부장제는 도덕적으로 낡고 허약한 정당성이 없는 권력 체계입니다.”

우리가 아는 그런 홍대용은 없다
2권을 합쳐 1300쪽 분량인 <홍대용 평전>은 천재 실학자이자 독창적 과학자, 개혁적 사상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담헌 홍대용을 둘러싼 신화를 해체하는 책이다.
한문학자 강명관 부산대 명예교수가 16년 동안 홍대용의 생애, 그의 저술, 당대 청과 조선의 문헌들, 중국 지식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 담헌이 남긴 방대한 스펙트럼의 텍스트를 샅샅이 검토해 써낸 역작이다.
홍대용은 미신적 사고와 신분제의 질곡이라는 낡은 질서를 깨뜨리고 민족주체성을 강조한 인물로 자리매김됐으나, 저자는 그런 이미지는 조선 사회의 ‘자생적 근대’의 근거를 찾으려는 20세기 초 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것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사족을 비판한 홍대용의 발언을 신분제 타파 의지로 해석하지만, 대지주 출신 홍대용에게는 백성에 대한 고민이나 공감이 없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영천군수 시절에는 진휼곡 500석을 착복한 뒤 군민들에게 고리로 빌려주는 부패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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