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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변호사 수능이 끝난 겨울, 누군가는 출근을 시작했다···직업계고 ‘3학년 2학기’ 학생들의 취업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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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날짜25-12-31 10:24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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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변호사 12월, 고3 교실은 적막하다.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은 입시를 마무리하며 학교를 떠날 준비를 한다. 그러나 직업계고 3학년 교실은 다르다. 학생들은 출근 시간에 맞춰 알람을 맞추고 일터로 향하며, 교사들은 학생들이 있는 현장실습지를 찾아 기업을 순회한다. 이들에게 12월은 ‘연말’이 아니라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가장 바쁜 시기다.
지난 10일 서울의 한 스타트업 휴게 공간. 정희철 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이하 부산 소마고) 교사는 현장실습 중인 A군과 마주 앉았다.
“갈수록 얼굴이 상해가고 있다던데?” 교사의 물음에 A군은 “힘들어서 그렇죠”라고 답했다. 휴게 공간을 지나던 회사 대표는 A군을 ‘피터’라고 부르며 “우리 피터, 잘 적응하고 있고 일도 제 몫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대표의 말을 듣던 정 교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인사했다. “배우는 속도가 느릴 수는 있어도 욕심이 많아서 잘할 겁니다.”
정 교사는 이날 서울 구로구에서 강남구, 광진구를 차례로 돌며 실습 중인 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은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게 고역” “퇴근하고 수행평가하고 자격증 공부까지 하려니 너무 피곤하다”는 말을 풀어놨다. 서울과 강원 원주, 경기 용인을 오가는 정 교사의 기업 순회는 거의 매주 2박3일 일정으로 이뤄진다. 막 사회에 발을 들인 학생들이 일터에 적응할 때까지는 교실 밖에서도 교사의 손이 필요하다.
경향신문은 11~12월 사이 부산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 천안상업고, 서울의 한 특성화고 등 3개 학교에서 학생들의 현장실습 지도에 동행하며 이들의 연말을 지켜봤다.
부산 소마고 3학년 최성욱군(18)은 자신을 “직장인과 학생의 경계에서 막 벗어나기 직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올여름 현장실습을 나갔던 방산업체에서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다. 최군은 “일해 보니 학교 다닐 때가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이제는 정규직”이라며 웃었다.
‘학생이 학생다워야 한다’는 말은 직업계고 학생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는다. 이달 초 교사들이 실습 현장을 찾았을 때다. 회사 대표 중에 “고집이 세고 흡수가 느리다” “다음에는 더 똑똑한 학생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있었다. 교사들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요구에도 “조금 더 신경 쓰겠다”고 답한다. 정 교사는 “저희는 영업사원 같은 위치”라며 “학생들도 잘 추스러야 하고, 회사에도 밉보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지각하지 않기, 인사하기 같은 기본을 학생들에게 반복해서 강조한다. 태도 문제로 상사의 눈 밖에 나는 것만큼은 막아보자는 생각에서다. 정 교사는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기 힘들다는 학생들에게 “단톡방에 출근 신고를 하게 할까?”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기도 한다. 부산의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실습한 전소울군(18)은 “선생님이 항상 회사에서 인사 잘하고 기본적인 것들을 꼭 지키라고 했다”며 “우리는 회사에서 가장 약한 위치라 눈치껏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습 중인 학생들은 원칙에서 벗어나는 상황을 겪기도 한다. 전군은 실습을 나간 친구 10명 중 7명은 “야근 경험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습생은 원칙적으로 야근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실습생 신분으로 항의하기도, 상사가 퇴근하지 않았는데 먼저 자리를 뜨기도 쉽지 않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에게 매일 현장실습 일지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부당한 처우나 감정적 고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직업계고 포털 ‘하이파이브’는 인공지능(AI)으로 실습일지를 모니터링한다. ‘힘들다’ ‘피곤하다’ 같은 부정적 표현이 일정 수준 이상 나오면 학교로 안내문을 보낸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현장실습 일지 감정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작성된 일지 61만3089건 중 2.21%에 부정 표현이 담겼다.
다만 직업계고 교사들은 이 AI 분석을 참고는 하되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았다. “회사에서 성교육을 받았다”는 내용을 ‘성폭력’으로 인식하는 등 맥락을 오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취업 대상 지역과 경기 상황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충남 천안처럼 기업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도 올해 채용 공고는 예년보다 3분의 2가량으로 줄었다. 박광래 천안상고 교장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어렵게 나간 현장실습을 포기하고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 이현수군(18·가명)은 “선생님들은 정 힘들면 돌아오라고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언제 다시 취업할 수 있을지 몰라 망설이게 된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듬해 1월 전까지 취업을 시도한다. 졸업 이후에는 학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취업 실패가 반복되며 상처를 받은 일부 학생은 ‘위클래스’ 상담을 받기도 한다.
정홍주 천안상고 진로부장은 “최근에 회사들이 ‘통통 튀는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외향적인 학생을 보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내향적인 학생들의 장점도 많은데”라고 덧붙였다.
취업이 최우선 목표가 되면서 전공과 무관한 기업을 택하게 되는 학생들도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특성화고 자동차과 권기승 교사는 물류 자동화 스타트업을 찾았다. 실습 중인 김도신군(18·가명)은 자동차 정비 실습 프로그램에서 탈락한 뒤 이 회사를 선택했다. 제어 업무를 회사에서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권 교사는 “지금 선택한 길을 계속 가려면 회사에 꼭 필요한 엔지니어가 될 수 있도록 특별한 기술을 빨리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과 학교 유형에 따라 졸업 이후 풍경은 달라진다. 마이스터고 졸업자의 36.4%는 1000명 이상 사업장에 취업했지만, 특성화고 졸업자의 62.3%는 300명 미만 사업장에 들어갔다. 서울의 한 마이스터고 교사는 “하이닉스나 삼성 계열사, 공기업에 가는 아이들도 많다”며 “마이스터고는 취업 걱정이 특성화고에 비해 크진 않다”고 했다.
반면 수도권 밖 직업계고 학생들의 최우선 선택지는 인근 대도시·수도권 취업이나 진학이다. 부산 소마고 3학년 60명 중 절반가량은 서울에서 취업해 실습을 받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 IT 기업의 초봉이 2800만원 수준인 반면, 서울은 3000만~3600만원 선이다. 학생들은 월세 60만원이 넘는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서울을 택한다. 향후 이직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쌓기에도 서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괜찮은 일자리가 보이지 않을 때 진학을 선택한다. 직업계고 진학률은 제주가 64.1%로 가장 높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확대 방안 탐색’ 보고서에서 “제주처럼 서비스·관광 중심 지역은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고등교육을 통한 진로 모색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5년 2월 기준 직업계고 졸업자 5만9661명 중 절반(49.2%)인 2만9373명이 진학했다. 마이스터고보다 특성화고에서, 공립보다 사립학교에서 진학률이 높았다.
당장의 취업보다 더 넓은 선택지를 기대하며 대학 진학을 택하는 학생들도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특성화고 실습실에서는 졸업을 앞둔 박주현양(18)과 3학년 학생 8명이 모여 자습을 하고 있었다.
취업 대신 진학을 택한 박양은 “수능 합격자 현수막을 보면 우리와는 너무 다른 이야기 같다”면서도 “그래도 대학에 가면 더 안정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듬직한 체구의 남자는 자신보다 한 뼘 큰 이에게 다가서더니 푹 안겼다.
“얼마 전까지 술잔을 나누던 형님이 이제 내일부터는 적이 됐네”라고 장난기 넘치게 말하는 그는 프로농구 창원 LG의 조상현 감독(49·아래 오른쪽). 그가 안긴 ‘형님’은 전희철 서울 SK 감독(52·왼쪽)이다.
현역 시절부터 코트에서 우정을 쌓아온 두 사람은 지도자가 되어 리그 최고를 다투다 최근 제대로 사고를 쳤다.
2027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에서 임시 감독과 임시 코치로 국가대표팀을 맡아 ‘만리장성’ 중국을 상대로 연승을 거뒀다. 중국은 FIBA 랭킹 27위로 한국(56위)보다 몇수 위에 있다. 중국을 상대로 무려 12년 만에 거둔 연승이었다.
최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만난 두 감독은 “지금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는다. 솔직히 성적이 나쁘면 어떤 소리를 들어도 할 수 없다는 각오로 나갔던 대회다. 2025년이 정말 행복하게 끝났다”고 말했다. 농구대표팀이 후임을 찾지 못해 거의 강제로 지휘봉을 잠시 떠맡은 뒤 출발은 사실 매끄럽지 못했다. 소집 전 여준석(시애틀대), 유기상(LG), 송교창, 최준용(이상 부산 KCC) 등이 부상 등으로 낙마했다. 중국과 맞대결을 앞두고 열린 연습경기에선 안양 정관장에 14점 차로 대패했다. 훈련 기간조차 나흘에 불과했다. 중국을 상대로 큰 망신을 당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있었다.
현역 시절부터 형·동생 ‘절친’전 감독 큰 틀·조 감독 디테일시너지 효과로 중국에 깜짝 승
프로농구선 LG·SK 호적수로둘 다 “목표는 우승, 양보 없어”
그러나 한국은 지난달 28일 베이징 원정에서 중국을 80-76으로 눌렀고, 12월1일 원주로 불러들인 2차전에선 90-76으로 승리했다. 전 감독은 만리장성을 쓰러뜨린 비결을 단순함의 미학이라고 정의했다. 전 감독은 “지금 생각해보니 (연습경기 대패가) 약이 됐다. 이기려는 경기가 아니라 어떤 경기를 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우리가 너무 많은 걸 하려면 안 되겠구나 하는 걸 느꼈고, 심플하게 가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바로 3점슛과 속공이다. 중국은 저우치(212㎝), 후진추(210㎝), 장전린(208㎝), 쩡판보(207㎝) 등 장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상대의 빈틈을 찌르는 양궁 농구를 펼치는 동시에 수비가 흔들리면 속공으로 파고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전 감독이 양궁 농구의 큰 틀을 짜면, 조 감독은 그 안의 디테일을 채웠다. 이현중(나가사키)을 살릴 수 있는 스크린 플레이와 관련된 패턴이 대표적이다. 전 감독은 “LG가 (슈터가) 스크린을 받는 패턴을 잘 쓰지 않으냐. 그 패턴 3개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때문에 우리가 쓰는 패턴이 다 외부로 노출됐다. 그래도 전 감독님의 스페이싱 농구를 다시 좀 배우긴 했다”고 말했다.
중국전 필승 전략이 완성될 때까지 고심을 거듭한 두 사람 앞에 쌓였던 술병이 몇병인지 모른다. 허리둘레가 손가락 한 마디는 늘어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 감독은 “반 년간 마실 술을 그 열흘 사이에 다 마셨다. 선수를 뽑을 때부터 시작해 원주에서 중국을 꺾고 헤어지는 다음날까지 매일 마셨다. 이젠 술을 마시면 관절이 붓는 걸 형님이 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그래도 난 글라스, 조 감독은 (작은) 잔이었다”고 받아쳤다.
고뇌의 밤들은 명승부로 이어졌다. 한국은 중국에 한때 30점 차 이상으로 달아나는 놀라운 경기력을 보였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땐 마법 같은 타임으로 흐름을 바꿔놓았다. 전 감독과 조 감독이 한몸처럼 동시에 작전 시간을 요청한 장면은 팬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전 감독은 “코트에서 내 눈이 4개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코트에서 잡아내지 못한 문제점을 코치로 보좌한 조 감독이 대안까지 짚어주면서 매끄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전 감독은 “현중이가 지친 상황이었다. 감독의 시야가 없는 코치라면 현중이가 힘들다고 말하는 게 전부일 텐데, 조 감독은 달랐다. 현중이가 힘드니까 2분 쉬게 해주고, (안)영준이를 넣어달라고 말하더라. 이게 진짜 우리의 힘이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코치가 힘이 날 때는 감독이 의견을 들어줄 때다. 정말 형님이 내 의견을 잘 받아주셨다”고 말했다.
한국의 선전은 중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중국대표팀이 경기가 끝난 뒤 2시간가량 라커룸에서 나오지 않았을 정도다.
두 사람이 내려놓은 무거운 짐은 이제 라트비아 출신의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에게 넘어갔다. 중국을 상대로 2연승을 내달린 한국은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B조 선두다. 한국은 내년 2월26일 대만, 3월1일 일본과 원정경기를 치른다. 전 감독은 “우리가 중국을 두 차례 이겼으니 월드컵 본선에 가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새 감독님이 한국에 오면 우리와 미팅을 잡아달라 부탁했다고 들었다. 우리가 훈련한 부분과 방향성에 대해선 얼마든지 말해줄 수 있다”고 했다.
두 감독이 대표팀을 떠나면서 내려놓아야 하는 또 한 가지는 우정이다. 다시 KBL 코트에서 적수로 마주하고 있다. 인터뷰 다음날 펼친 맞대결에선 SK가 77-55로 승리했다. 전 감독은 “마치 중국을 이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정규리그 선두는 조 감독의 LG다. 전 감독은 “LG가 1등이 아니면 누가 1등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조 감독은 거꾸로 전 감독의 SK를 경계했다. LG는 2024~2025시즌 정규리그 최단기 우승을 거둔 SK를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4승3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조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3경기를 먼저 이기면서 4경기 만에 우승하는 줄, 김칫국을 마셨다. 형님이 재미없으니 한 경기만 더 하자, 한 경기만 더 하자 하면서 따라오더라”고 말했다.
전 감독은 “LG와 포스트시즌 반대편에서 만나려면 2위 아니면 3위까지 올라가야 한다”면서 “2025년은 너무 힘들었다. (LG에 패배한) 챔피언결정전도 너무 아쉬웠다. 2026년에는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2025년은 나한테 너무나 행복한 해였는데, 내년에도 (형님에게 우승을 내주지 않고) 행복해지고 싶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최대 25척의 신형 군함을 확보하는 ‘황금함대’ 건조 계획을 발표하며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글로벌 1위 조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 조선사들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화를 협력 대상으로 콕 집었고, 건조 주체인 헌팅턴잉걸스는 HD현대와 기술 협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그간 숙원이던 미국 함정 시장에 진출했지만, 미·중 해양 패권 경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커진 모양새다. 한국 조선업이 미·중 경쟁이라는 ‘암초 지대’를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조선의 핵심 부품은 ‘선박 엔진’이다. HD현대는 특히 1989년 이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HD현대는 2021~2024년에는 전 세계 선박용 엔진 시장의 대형 엔진 약 30%를, 중형 엔진은 약 45%를 공급했다. 대형엔진(저속엔진) 중심으로 사업을 꾸리는 한화는 HD현대에 이어 세계 선박 엔진 시장 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선박 엔진은 한국 조선업이 가장 어려울 때 ‘버팀목’도 됐다. 2010년대 중반부터 2020년 초반 조선 불황이 이어지고 2022년 철광석 가격 인상으로 철강업계가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꺼운 열연강판) 가격을 2배 가까이 올릴 때도 선박 엔진은 조선 기업의 적자를 완화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선박 엔진 등 엔진류 매출은 2021년 1조4727억원에서 매년 성장해 지난해 3조1343억원을 달성하고, 올해는 3분기까지 2조990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대비 18~24% 수준이다.
한국 입장에서 중국은 글로벌 조선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대상이지만, 동시에 한국에서 선박 엔진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고객이기도 하다. HD현대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 최대 조선 수요국이자 전략적 수출 시장”이라며 “(중국이) 올해 당사 전체 엔진 수주 중 50%를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국가 단위로 봐도 선박 엔진 분야에서 중국의 한국 의존도는 높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중국의 총 선박 엔진 수입액 중 한국 비중은 2021년 58.72%, 2022년 52.82%, 2023년 64.21%, 지난해 70.04%까지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들어선 10월까지 중국의 선박 엔진 수입액은 총 11억5758만달러(약 1조6603억원)로, 이 중 한국은 약 62.82%인 7억2724만달러(약 1조430억원)를 차지했다.
중국이 한국의 선박 엔진을 수입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HD현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엔진 자립 시도가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선사들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한국산 엔진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환경 규제가 심해지고 지정학적 위기가 이어지면서 선주사들의 친환경·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자가 늘었는데, 한국의 선박 엔진이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취지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의 대중 선박 엔진 수출이 많아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정확한 기준까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을 대상으로 한 엔진 판매가 많아진다 싶으면 (미국에서) 판매 자제를 요청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예민한 태도는 ‘조바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선박 엔진 생산 기술력이 결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엔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력 전달 부품 등 전·후방 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실제 생산 기회 또한 많아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조선 산업 자체가 사양화하며 부품을 공급할 전후방 산업 또한 전부 사라진 상황이다.
반대로 중국도 한·미 간 ‘조선업 밀착’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8월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한국이나 일본 (기업의) 로고가 붙은 선박들이 제3국에 대한 미군 작전에 쓰이면 한·일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지만, 거꾸로 중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제재할 가능성도 있다며 ‘기술 격차’를 더욱 가속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운시장에서 2050년까지 친환경 연료를 활용한 100% 탄소 감축을 목표로 잡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친환경 연료로 가동이 가능한 선박 엔진 설계와 생산에서 누가 주도권을 갖느냐에 따라 향후 선박 엔진과 조선 산업의 주도권이 바뀔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조선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조선 엔진 개발은 이미 회사별로 독립적으로 잘하고 있지만, 미래 에너지원으로 지목되는 암모니아와 수소, SMR(소형모듈원자로) 등은 위험성이 있고 생소하다”며 “이들 에너지원의 기반시설이나 공급망을 갖추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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