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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플리카쇼핑몰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웃음은 전신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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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날짜26-01-02 21:25 조회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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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플리카쇼핑몰 살며시 미소 지을 때 우리는 얼굴 근육 15가지를 쓴다. 하지만 놀랍게도 파안대소(破顔大笑)할 때 동원하는 근육의 종류는 무려 231가지라고 한다. 손바닥을 치고 몸을 활짝 열어젖히며 웃는 모습을 떠올리면 여러 벌의 근육이 움직인다는 데 의심할 여지는 없겠지만 저 숫자의 크기는 자못 놀랍다. 해부학자들은 우리 몸이 약 650개의 근육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니 맘껏 웃을 때 우리는 근육의 3분의 1을 쓰는 셈이다.
웃느라 얼굴과 몸의 여러 근육을 움직이는 행위는 결국 근육세포 안 단백질의 대대적인 수축과 이완을 뜻한다. 하지만 그 전에 근육세포를 수축하라는 ‘웃음 신호’가 어딘가에서 도달해 있어야 순리에 맞다. 1998년 간질성 발작을 앓는 소녀를 치료하느라 뇌 검사를 하던 미국 연구진은 뇌 왼쪽 전두엽의 어떤 부위가 웃음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네이처’에 보고했다. 웃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뇌 특정 장소를 전기로 자극하자 소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극의 세기가 커질수록 더욱 즐겁게 웃으며 재잘대기도 했다. 이처럼 특정한 상황을 본 뇌가 신호를 보내 얼굴을 일그러뜨리도록 하는 일련의 생리적 현상이 웃음인 것이다. 달리 말하면 웃음은 시신경과 전두엽 신경세포, 근육세포는 물론 소리를 내는 성대 세포, 이런저런 근육에 붙어 그 움직임을 조율하는 뼈세포까지 한통속이 되어야 가능한 전신운동이다. 그뿐일까?
눈 뒤쪽 망막에 있는 간상세포가 웃음거리를 목격하려면 로돕신이라는 단백질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때 비타민 A가 필요한데, 그 물질은 아래쪽 저장소인 간(肝) 성상세포에서 시나브로 방출되어야 한다. 근육 단백질이 수축하고 이완하려면 에너지와 칼슘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크게 웃으려면 음식도 고루 먹어야 한다.
큰 웃음에 드는 게 많은 만큼 나오는 떡고물도 적지는 않다. 웃을 때 뇌에서는 모르핀 비슷한 엔도르핀이 나와 ‘얼굴 근육운동’에 기쁨이라는 보상을 되돌려주는 현상은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한 웃음연구가는 코미디 공연을 관람한 관객의 혈액을 조사한 뒤 그 안에 암과 싸우는 면역세포인 자연살해세포가 활성화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웃음은 자율신경계 중 하나인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하고 몸 상태를 편히 만든다. 그러나 무엇보다 웃음의 가장 큰 효과는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린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이제 짐작하겠지만 웃음은 부교감신경을 건드리는 반면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흔히 교감신경은 ‘투쟁과 도피’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날 으슥한 산길에서 곰과 같은 포식자와 마주했을 때 능히 한목숨을 구했을 것이다.
이 신경계는 관자놀이 안쪽의 시상하부, 뇌하수체와 부신, 그리고 그 안에 든 온갖 세포들이 한 치도 빈틈없이 움직여야만 가까스로 작동한다. 그러므로 가끔 찾아온다면 스트레스 반응은 한 생명체의 생존을 보존하기 위한 썩 훌륭한 진화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반복되거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생기면 질병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런 상황에서는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 하버드대학의 연구진은 스트레스가 면역계 T-세포를 꼬드겨 털주머니(毛囊) 줄기세포를 공격하도록 부추기고 생쥐의 탈모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셀(Cell)’에 보고했다. 동물 모델에서 기전을 밝힌 결과이지만 같은 포유동물로서 생쥐의 실험은 인간의 스트레스 생물학에 영감을 준다. 인간 털주머니의 줄기세포에서 뻗어 나온 털은 대개 3~6년에 걸쳐 성장한다. 그런 다음 약 2개월의 퇴행기와 휴지기를 거치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순환한다. 하지만 급성 스트레스는 노르에피네프린을 통해 이 과정을 가뿐히 무너뜨린다. 우선 활성산소가 줄기세포를 죽이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것을 지켜보던 T-세포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자신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트레스가 생리적 허용 한계를 넘어서 자신의 세포를 해치는 단계로 대응이 상향조정되는 모양새다. 이렇듯 강한 스트레스는 쉽게 자가면역 질환으로 이어진다. 공교롭게도 그 희생양은 머리털이다. 심장보다 머리털이 다치는 게 낫다고 위안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2030세대의 탈모가 화두다.
순한 샴푸를 쓰고 머리를 박박 감지 않으면 얼마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들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고 웃음을 더 안겨야 하지 않을까?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 즉 ‘맨박스(Man Box)’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일수록 자살 생각을 6.3배 더 많이 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비영리 단체 ‘이퀴문도’(Equimundo)가 지난해 6월 발간한 ‘2025 미국·영국 남성 실태조사’에 담긴 내용이다. 이퀴문도는 젠더·사회정의를 위한 연구와 프로그램, 정책 변화를 주도하는 국제 단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성 10명 중 8명은 ‘가족 부양’과 ‘침묵해야 한다’는 등 전통적 남성성을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퀴문도에서 디지털 전략 전문가로 활동하는 캐롤라인 헤이스는 “전통적 남성성 규범은 젠더 폭력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남성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요받는 남성성’이 ‘해로운 남성성’으로 표출되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헤이스는 지난해 여름 한국 UN여성기구를 방문해 디지털 공간에서 전통적 남성성 규범이 어떻게 강화되는지를 주제로 강연했다. 지난달 4일 헤이스를 비대면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사회가 남성에게 강요해온 전통적 남성성의 규범적 틀을 ‘맨박스’라고 명명했다. 강해야 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한다는 기대 등이 맨박스의 특징이다. 이런 남성들의 자살 사고가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맨박스에 갇힌 남성들은 조사 시점 전 2주간 자살 생각을 6.3배 정도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성 규범이 여성을 향한 가해 경험뿐 아니라 남성 자신의 정신건강과도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에서 여성혐오 콘텐츠의 확산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과 독일, 영국 등의 상황을 보면 경제적 계층 이동성이 떨어지고, 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성인기에 진입하는 남성들은 안정적인 직장과 주거를 자신과는 먼 일로 느낀다. 여성혐오 콘텐츠는 ‘여성이나 성소수자들이 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식의 서사를 내세우는데, 이 서사가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동시에 젊은 세대가 관계를 배우고 소속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나 커뮤니티 기반 시설에 대한 정부 투자가 크게 줄었다. 청소년 스포츠 프로그램이나 공공도서관, 방과 후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소년들이 정체성이나 소속감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찾고 있다. 2023년 미국 남성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미국 남성의 48%가 ‘온라인 속 삶이 오프라인 삶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답했다. 2021년 10~26세 소년 10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소년 3분의 2가 게임 공간에서의 삶이 ‘훨씬 진짜 같다’고 응답했다.”
-한국에서 불거진 ‘딥페이크 성범죄’가 떠오른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실존 인물의 얼굴·음성·신체를 합성하는 성범죄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발생하며 사회적 충격을 줬다.
“지난해 여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가해자의 평균 연령이 14~15세였다고 하더라. 소년들이 하루아침에 여성혐오 콘텐츠를 접하거나 젠더 폭력을 저지르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구조적으로 ‘특정 유형의 행동’을 하도록 장려하는 환경 속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을 봐야 한다.”
-‘특정 유형의 행동’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이퀴문도는 전통적 남성성 규범이 성희롱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분석했다.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 즉 맨박스를 17가지 태도로 분류했다. ‘남성이라면 데이트 관계에서 최종적인 경제적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동성애자 남성은 진짜 남성이 아니다’, ‘남성은 존중받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같은 태도들이다.
미국 남성 가운데 이 17가지 태도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은 상위 20%를 ‘맨박스에 갇힌 남성’으로, 동의 정도가 낮은 하위 20%를 ‘맨박스 밖의 남성’으로 정의했다. 그 결과 맨박스에 갇힌 남성의 71%가 성희롱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맨박스 밖의 남성은 7%만이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남성성 규범이 실제 젠더 폭력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남성성 규범과 온라인 성희롱 경험의 연관성을 더 분석해보려 한다.”
-소년들이 여성혐오 콘텐츠에 빠져들게 되는 특징은 무엇인가.
“문제가 되는 콘텐츠들은 데이트나 자기관리, 재정관리처럼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주제를 다룬다. 겉으로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네가 처한 어려운 상황은 여성이나 성소수자, 이민자 때문’이라며 분노의 대상을 특정 집단으로 돌린다.
(여성혐오 인플루언서로 알려진) 앤드류 테이트의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 중에는 ‘자금 관리 관련 내용만 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안에 담긴 여성혐오적 규범과 가치관에 스며들게 된다. 아직 뇌가 발달 중이고, 주변에서 비판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어른이나 또래가 없는 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우려스럽다.”
-이와 관련한 연구결과들이 있다면 소개해줄 수 있을까.
“남성 청소년의 신분으로 유튜브나 틱톡 프로필을 생성했을 때 여성혐오 콘텐츠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연구가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켄트대 연구진이 가상 계정을 만들어 분석했는데, 초기에는 외로움이나 자기계발 같은 일반적인 영상이 추천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을 비난하는 콘텐츠의 추천 비중이 커졌다. 추천 비율은 며칠 만에 13%에서 56%로 급증했다.
남성으로 설정된 프로필은 남성우월주의 콘텐츠를 검색하지 않아도 여성혐오 콘텐츠에 노출되기까지 평균 2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다.”
-유튜브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왜 별도의 제재를 하지 않는가.
“유튜브가 여성혐오 인플루언서의 수익 창출을 막는 등 규제 방법을 찾아가고 있긴 하다. 중요한 건 수익 모델 자체가 자극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분석한 여성혐오 콘텐츠 상당수는 플랫폼 이용약관을 명백히 위반하지 않았다. 욕설처럼 노골적인 방식 대신 ‘여성은 굳이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는 사고방식을 은근히 주입한다. ‘수정헌법 19조(여성 참정권)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콘텐츠가 미국에서 확산됐었는데, 유튜브나 틱톡의 이용약관을 위반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고도의 자극을 주며 급속히 퍼졌다. 시청자 수나 댓글 수에 따라 제작자의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제작자들은 분노를 유발하는 자극적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생산하게 된다.”
-새롭게 등장한 AI 기술이 여성혐오를 부추긴 사례도 있는가.
“AI로 가짜 나체 사진을 만들어주는 이른바 ‘나체 이미지 생성 앱’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앱은 여성 사진을 대상으로만 작동하는 식으로 구현됐다. 남성의 사진을 넣으면 남성의 생식기를 여성 생식기로 자동으로 바꾸는 식이다.
최근에는 AI 친구 앱에도 주목하고 있다. 대다수 앱이 젊은 남성을 주요 이용자로 삼고 있다. 영국 남성 실태조사를 보면, 연령이 낮을수록 AI를 로맨틱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남성의 외로움이 앱의 사업적 자산이 되고, ‘친밀감’이 거래되는 상품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
-‘남성 역차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만의 현상인가.
“미국에서도 맥락은 다르지만 남성이 소외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남성 자살률이나 학업 이탈률, 건강 문제가 자주 언급된다. 우리는 많은 젊은 남성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좌절한다고 본다.
문제의 핵심은 남성에게 특정 규범에 따라 행동하길 요구하는 성별화된 시스템 자체다. 전통적 남성성 규범은 남성에게 항상 자립적이고 감정을 드러내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 그 규범을 벗어나면 조롱이나 낙인이 따른다.”
-‘남성 역차별’과 같은 맥락에서, ‘페미니즘’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남성들이 경제적·사회적 장벽에 부딪히면서 그 고통을 ‘차별’로 인식할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남성에게 부과된 남성성 규범이다. 일부 남성 권리 운동 단체는 ‘남성이 힘들다’는 서사를 앞세워 ‘여성과 페미니즘이 지나치게 나아간 탓’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보다 잘 살기 때문에 남성이 힘든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남성의 자살률이 더 높은 것은 총기처럼 치명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자살 시도 비율 자체는 여성이 더 높다.”
-한국 정부는 남성 차별 영역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성평등가족부에 성형평성기획과도 신설했다.
“단일 지표만 취사선택하면 문제의 근본 원인과 맥락을 놓치기 쉽다. 미국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학교 이탈률이나 학사 학위를 끝까지 이수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다는 데이터가 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남성과 여성이 각각 어떤 직업을 더 많이 선택하는지, 그 직업의 임금 수준은 어떤지도 함께 봐야 한다.
미국에서 여성은 교육이나 돌봄 분야에 많이 종사하는데, 이 직종들은 남성 중심 직종보다 임금 수준이 훨씬 낮다. 정책 기관이 남성의 고등교육 진입률을 들여다볼 거라면, 여성들이 종사하는 돌봄 노동이 왜 사회적으로 저평가돼 있는지도 함께 질문해야 한다.”
바깥공기가 차가워져 옷깃을 여미게 될 즈음, 당일치기로 경북 영양에 다녀왔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기획한 북토크 장소가 ‘육지 속의 섬’이라는 영양이었다.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의 저자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임정은 선임연구원의 강연과 함께 멸종위기 동식물의 보금자리를 견학하는 일정. 왕복 이동 시간만 10시간 이상이 예상됐지만, 책을 읽고 그 무모한 기획의 마음이 읽혀 내 마음도 동했다.
서울 사당역 인근 주차장에서 출발한 전세버스가 경상도에 진입해 의성과 청송을 지나 영양에 이르는 동안, 창밖으로 검은 산자락이 이어졌다. 지난봄 산불의 흔적이었다. 산불 진화 보도와 함께 관심에서 벗어난 산불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영양에 들어서서야 왜 이곳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자리 잡았는지 실감했다. 내륙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기초자치단체 영양은 더없이 맑고 청정했다.
보전생물학자이자 국내 유일의 ‘현장’ 호랑이 연구자로 알려진 임 연구원은 유난히 바쁜 한 해를 보냈다고 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인기를 끌면서, ‘진짜’ 호랑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덕분이다. 이는 호랑이를 매개로 야생동물 보전, 나아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으로 이야기를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호랑이는 최상위 포식자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우리 문화 속에서 용맹스럽고, 때로는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함께해왔다. 하지만 현실의 호랑이는 무분별한 포획과 사살, 전쟁과 국토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 그리고 환경오염의 연쇄작용 속에서 더는 이 땅을 누빌 수 없게 됐다.
임 연구원은 호랑이를 다시 이 땅에 데려와 살게 하는 ‘복원’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최소존속가능개체군, 서식 환경, 먹이원, 은신처 등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미 서식 환경은 도시화와 도로 건설 등의 영향으로 파편화됐다. 설령 생물학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내가 사는 동네 뒷산에 호랑이를 방사한다는 결정을 기꺼이 받아들일 이가 얼마나 될까. 다만 임 연구원은 시베리아에 사는 호랑이가 생태 통로를 따라 백두산을 거쳐 우리 땅으로 나들이를 올 수 있을 만큼은 꿈꿔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생태계 위기는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냉소 섞인 인식 속에서도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지키고자 오지와 정글을 오가는 연구자의 이야기엔 울림이 있었다. 그러나 끝내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길고양이 민원만으로도 주민센터가 골머리를 앓는 현실에서 야생동물의 복원과 공존을 이야기하는 보전생물학자의 목소리는 과연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같은 키워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왜 당장 내게 닥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연구원들조차 “우리는 어쩌면 지는 싸움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주고받는다고 한 그는 오늘날 인간이 자연의 시간과 다른 속도로 살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이는 인간이 자연의 시간을 당겨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종의 소멸이 당장에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균열은 시간이 지나 결국 인간의 삶으로 되돌아온다. 그런데도 인간의 이기로 망가진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자는 이야기를 여전히 ‘설득’해야 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일회용기 대신 텀블러를 쓰고,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드는 개인의 실천은 거대한 산업 폐기물 앞에서 쉽게 무력해 보인다.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말도 틀리지 않다. 그럼에도 그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날 거뭇하게 그을린 산자락에서 잿더미를 뚫고 돋아나는 새싹들을 보았다. 이름 모를 생명들이 그곳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숨을 되살리고 있었다. 늦었지만, 아직 늦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새해 첫머리, 딴 세상 같았던 영양에서 딴 세상일로 넘겨선 안 될 것들을 꼽아보았던 그날의 감각을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묻는다. 어떤 시간의 감각으로 다시 한 해를 맞이하고 살아내면 좋을지. 더 많이 이루고, 더 빨리 도달하기 위한 계획들로 가득했던 머릿속을 비운다.
<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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