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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용접 “1.8km기어와 50m앞에서 기습···진화한 북한군, ‘터미네이터’ 같았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군 파병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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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날짜26-01-20 04:48 조회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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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용접 [신년기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군 파병1년
① 북한군이 진화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마이단 광장. 이곳은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이 일어난 장소로 ‘민주광장’이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10월 찾은 이곳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들을 기리는 깃발이 많이 꽂혀 있었다. 그중에 유독 쿠르스크에서 사망했다는 표식이 많았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 8월6일 최정예부대를 앞세워 러시아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를 점령했다. 쿠르스크는 농축업을 주로 하는 농촌마을이었다. 1980년대 러시아는 이 농촌 지역에 열병합발전소를 세웠고,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건설했다. 러시아의 3대 핵발전소 중 하나인 쿠르스크 원자력발전소도 이곳에 있다. 그중 쿠르스크의 수자(Sudzha)시는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관문이 있는 곳으로 전략적 가치가 크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격 작전은 동부 전선(돈바스)에 집중된 러시아군의 화력을 분산하고, 향후 종전협상 시 러시아에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와 교환할 수 있는 ‘카드’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점령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제대로 허를 찔린 셈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토가 외국군에 점령된 첫 사례라 러시아 내부적으로 정치적 부담도 컸다. 러시아가 쿠르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군대를 보내려면 어쩔 수 없이 돈바스에서 싸우는 군인들을 분산시켜야 했다. 이 부분이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원했던 이유다.
2024년 6월19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했다.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의 가장 핵심적인 조항은 제4조인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일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이다. 사실상 군사동맹이다. 북한군 파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같은 해 10월 북한군 병력 1만3000명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고, 12월 초 쿠르스크에 배치됐다.
쿠르스크 진격 초기 선봉에 선 우크라이나 부대는 정예인 제80공중강습여단이다. 이 부대는 지난해 1월부터 북한군과 본격적으로 교전을 시작했다. 80여단 정찰부대 중대장인 콜사인 ‘리’는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북한군을 발견했다. 그는 “정찰드론을 통해 보니 북한군은 생각 없이 10명, 20명, 30명씩 무리를 지어 걸어왔다”며 “그들은 쉽게 제거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의 가장 큰 특징은 ‘드론전’이다. 드론이 폭탄을 싣고가 적진에서 폭발한다. 특히 FPV(일인칭 관찰자 시점) 드론은 상당수 전사자를 만들어낼 만큼 치명적이다. 북한군에게 듣도 보도 못한 병기였다. 드론은 날아가 북한군 병사 무리에서 터졌고 사상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이는 초기에 한정됐다. 같은 80여단의 정찰병 콜사인 ‘브라운’은 “북한군은 시간이 지나자 점점 진화했다”며 “북한군은 우리가 더 큰 병력에 주의를 빼앗긴 틈을 타 다른 북한군들이 우리 측면에서 은밀히 우회해 공격했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드론을 운용하는 것도 관측됐다. 파병 두어 달이 지나자 북한군은 더 이상 드론에 속절없이 당하는 오합지졸 군대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군의 제225독립돌격대대는 장갑차와 드론을 이용해 북한군과 가장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전장에서 북한군 군복 조각과 한글이 적힌 메모 등을 확보해 전 세계에 공개한 바로 그 부대다.
225대대의 에븐 상사는 “북한군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방법으로 전투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들판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오전 5시경 드론병이 정찰하고 있었음에도 북한군은 수풀로 위장하고 무려 1.8㎞를 기어서 우리 코앞인 50m까지 왔다”며 “북한군의 급습을 받고 교전이 시작됐고, 2~3시간 뒤 지원병력이 도착해서야 북한군을 모두 사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븐 상사는 “정말 놀랐다. 북한군은 매우 훈련이 잘돼 있었다”며 “더 놀라운 건 그들 중 누구도 도망가거나 항복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말 그대로 ‘편도 티켓’(one-way ticket)만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한 러시아 병사는 “훈련소에서 북한 군인들을 봤다. 약 1500명이 있었고, 그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배우는 모든 것을 배웠다. 전투 행동, 사격, 전술, 전략 등이다. 우리는 함께 먹고, 함께 샤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를 보여주며 “그곳은 쿠르스크의 ‘포스토얄리예 드보리(Postoyalye Dvory) 훈련소’”라며 “통역사들이 북한군과의 대화를 도왔다”고 했다.
준비되지 않은 파병이었던 만큼 초기에는 혼란도 많았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을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 북한군이 러시아군 장교를 포로로 잡은 사건도 있었다. 러시아군은 식별을 위해 붉은 완장을 찼다. 그는 “붉은 완장이 없으면 끝이다. 바로 북한군에게 사살당한다”고 말했다.
언어 소통의 문제도 심각했다. 9개월간 쿠르스크에서 작전을 했던 우크라이나 영토방위군 사령부 공보국장 올렉시 드미트라시키브스키 대령은 “우리 드론 영상에서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서로 다투다 총격전으로 이어진 장면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터뷰한 대부분의 러시아 포로들은 북한군에 대해 매우 강한 부대라고 말했다. 한 러시아 포로는 “북한군은 우리보다 더 자주 훈련했고, 그들의 교관들은 더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다”며 “우리(러시아) 교관들조차도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비교하며 그들을 모범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러시아 포로인 미카엘은 “북한군은 빠르고, 용감하고, 게으름 피우지 않았다”며 “터미네이터 같았다. 달리고, 뛰고, 지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 부대가 일반 부대가 아니고 정예군이었으리라 추측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북한군 정찰총국과 폭풍군단이 파병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포로인 아톰은 “2025년 4월경 북한군과 전투를 했는데 그들은 정말 전투를 잘했다”며 “쿠르스크 지역 대부분은 북한군이 해방시켰다고 들었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쿠르스크를 9개월 만에 탈환했다. 푸틴 대통령이 군복 차림으로 달려갈 만큼 중요한 승리였다. 이 승리에 북한군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의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 국가의 전쟁포로 숫자는 굉장히 많다. 하지만 알려진 북한군 포로는 2명뿐이다. 북한군 포로는 왜 적을까.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군 포로들을 공개했다. 한 명은 턱에 붕대를 감은 모습으로, 또 한 명은 누워 있는 상태로 목소리와 얼굴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 이후 추가적으로 알려진 북한군 포로는 전무하다. 그 의문은 우크라이나군 225대대를 만나고 풀리기 시작했다.
225대대 페트로 중사는 지난해 2월 새벽 북한군과 교전했다. 그는 교전 수칙대로 부상당한 북한군 병사에게 다가갔다. 그의 몸을 수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병사는 수류탄을 들고 있었고, 곧바로 안전핀을 뽑았다. 페트로 중사는 간신히 몸을 피했지만, 북한군 병사는 사망했다. 페트로 중사는 “교전했던 모든 북한군은 포로가 되느니 자폭을 선택한다”며 “대부분 포로의 길을 선택하는 러시아군과 다르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포로 중에는 죽느니 포로가 되는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러시아군 포로는 “(우크라이군의 포격이 시작되자) 스스로 우크라이나군 진지로 가서 포로가 됐다”며 “나는 그냥 총알받이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고, ‘200번’(전사자)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포로도 “같이 싸우던 전우들이 항복을 제안했다”며 “나는 25세밖에 안 됐다는 걸 깨달았고, 발포 없이 항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절대로 항복하지 않고 자폭을 선택하는 북한군의 모습은 우크라이나군에는 충격이었다. 드미트라시키브스키 대령은 “대대장이 북한군 병사 하나를 생포했는데, 그 병사는 자기 팔의 혈관을 스스로 깨물어 끊고 죽었다”고 전했다.
안드리 체르냑 정보총국 대변인은 “북한군은 (북한의) 선전으로 인해 완전히 세뇌되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이라며 “김정은을 ‘태양’으로 생각하는 북한군은 포로가 되면 자살하도록 확실하게 세뇌교육이 됐는데, 이렇게까지 세뇌가 심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언제든 죽을 준비가 되어 있고 앞으로만 전진하는 군대, 두려움을 모르고 스스로 실전에서 진화하는 북한군을 러·우 전쟁에 참전시킨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반면 생각지도 못한 북한군으로 인해 쿠르스크에서 퇴각한 우크라이나로서는 뼈아픈 손실이 됐다.
이후 북한군은 공병부대와 지뢰제거부대를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적 협조관계에서 혈맹의 관계로 발전했다”며 “이는 한반도 안보에도 미치는 영향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에 대비하지 못한 군대였지만 한국군은 대비하는 군대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키이우(우크라이나) 김영미 국제분쟁전문PD
정리=박병률 기자
‘방임’은 문민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의 공식 메시지나 연설문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단어다. 이재명 대통령이 처음으로 썼다. “다시는 국가의 방임과 부재로 인해 억울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7월 대형 참사 유가족을 만나 한 말이다. 지난해 9월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들의 방임이야말로 산재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발언에서도 비슷하게 쓰였다. 과거 ‘자유방임주의’를 언급한 대통령은 있었지만 ‘방임’을 이렇게 따로 떼서 쓴 대통령은 없었다.
‘방임’은 두 차례 쓰였을 뿐이지만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본래 의미와 거꾸로, 각 분야를 촘촘히 들여다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연설은 미리 정제한 메시지를 전체 국민에게 전달하고 여론을 움직인다는 의미의 고잉 퍼블릭(going public) 전략”이라며 “이와 달리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 특징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의미의 유비쿼터스(Ubiquitous)라고 할 수 있고, 개별 사안에 따라 개별 국민을 따로 불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보인 이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지난 8일까지 나온 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포함한 공식 메시지와 국무회의, 부처별 업무보고에서의 발언을 모두 모았다. 2만4000여개 문장, 71만7000여자에 달했다. 말의 뼈대를 이루는 명사 등의 형태소를 추출한 뒤 평균 이상 자주 함께 등장하는 단어로 ‘말의 지도’를 그렸다. 지도에는 ‘생각-수준-정도-가격-규모-진척’ 등 일하는 방식을 암시하는 줄기들이 많이 보였다. 이어진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면 “생각, 수준은 어떤 정도이며 규모나 가격은 어떠하며, 진척은 얼마나 됐나” “예를 들어 어떤 경우가 있고, 해결 방식이나 제재 방안은?” 등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자신의 실천력을 강조해왔다. “진짜 말한 대로 하거든요. 쏠 때는 반드시 실탄으로 쏴야 합니다.”(2021년 9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대통령이 된 뒤 이런 특성은 ‘속도전’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 문제에 대해 “최대한 빨리 정리를 하라” “지지부진한 건 안 하는 거하고 똑같다”며 여러 차례 신속 해결을 주문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도 농어촌 기본소득을 언급하며 “빨리 신속하게 너무 지연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
실질적 성과를 내라는 발언도 두드러졌는데, 역시 처음은 아니다. ‘시사IN’은 2021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토론 발언을 분석해 ‘거래의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자신에게 표를 주면 이익과 성과를 돌려주겠다고 설득한다는 것이다. “국민 삶의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증명의 정치’”(2025년 7월, 취임 한 달 기자회견) “국민들도… ‘내 삶은 뭐가 좋아졌지?’ 그런 판단이 들면 ‘뭐 똑같네, 더 나빠졌네’ 하니”(제32회 국무회의) 등의 발언도 그런 평가와 닿아 있다.
여기서 국민은 세대와 지역과 이념을 아우르는 평균적 개념은 아니다. 다양한 처지, 구체적인 삶과 형편을 직접 언급한다. “일주일에 4일, 12시간씩 맞교대하며 밤낮 바뀌어 일할 경우 피로에 시달리고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지난해 7월,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 “바가지 자체는 행정 제재 사유가 되나요?” “게임 관련해서 그 현장에 불만이… 비싼 거는 안 뽑힌다 뭐 그런 거죠? 이거 어떻게 통제하고 있어요?”(문화체육관광부 등 업무보고)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보건복지부 등 업무보고).
이러한 언급은 이 대통령 개인의 경험과 연결 지으면서 극대화된다. “우리 여동생이 그 일 하다가 새벽에 화장실에서 사망했는데 산재 처리를 안 해줘 가지고…”(고용노동부 등 업무보고) 국민이나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으로도 이어진다. “현장 간담회든지, 면담이든지, 현장 순찰이든지 이런 것을 최대한 많이 해야…”(제37회 국무회의) “세관이 아니라 공항공사가 하는 게 맞는데라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대중들은 다 아는 거예요.”(산업통상부 등 업무보고)
신현기 교수는 “국무회의, 업무보고를 공개한 것은 획기적이고 민주주의의 확대”라고 평가하면서도 “대통령의 가시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자신이 국정운영의 중심임을 각인시키는 권력행위라는 측면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고 다듬었던 강원국 작가는 “말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이어져 효능감이 있다는 건 장점”이라며 “말이 단정적이어서 문제가 생겼을 때 퇴로가 없다는 단점도 있다”고 했다. 대선 토론 분석 경험이 있는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발언이 많다는 것은 어떤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라며 “동시에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고 예상과 달리 수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말의 지도에서 중심 부분에 있는 것은 ‘협력-교류-양국-관계-동반자’ 등 외교 분야의 언급이다. 취임 초반 활발한 외교 행보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이어지면서도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경제-성장-발전-산업-기업’ 부분이다. 단어를 이어 문장을 만들면 “대한민국을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 등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분배보다 성장에 방점을 둔 ‘우클릭’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7월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 개막식 연설에서는 “우리 옛말에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 이런 얘기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준다는 사실을 증명해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이 자주 쓴 단어를 산출해보니 ‘성장’이라는 단어가 전체 추출 어휘의 0.52%를 차지해 열 번째로 많았다. 문민정부 이후 ‘성장’이라는 단어가 20위권 내에 들어간 경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했는데, 그마저도 15위(0.41%)였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 연연하지 말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협력’(3위), ‘미래’(6위), ‘앞’(12위) 등도 전임자들보다 자주 썼다. ‘미래’가 20위권 내에 들어간 경우는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말의 지도에서는 ‘공직-사회-책임-일-국민-삶’ 등 공직자의 자세를 의미하는 부분도 눈에 띄었다. “주인의 일을 대신하는 머슴이기 때문에… 주인의 이익에 최대한 부합하게”(해양수산부 등 업무보고)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2017년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공무원 관료 조직은 ‘로보트 태권브이’ 같은 존재”라고 썼다. 누가 이끄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다. 해수부 등 업무보고에서도 “조직의 최종 책임자들이… 혜택만 누리고… 책임이나 역할을 제대로 안 하는 건 제가 그냥 눈 뜨고 못 봐주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발언에서는 행정가적 면모가 돋보인다. 정치와 행정은 다르다고도 말했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정치적 갈등 속에서 대응하는 거 하고,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명을 놓고 행정을 직접 집행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릅니다.”(산업부 등 업무보고) 말의 지도에서도 정치와 관련된 줄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신현기 교수는 “대통령은 행정가이기도, 정치인이기도 하다”며 “실용적으로 국정을 이끄는 모습은 좋지만, 자칫 이익을 조정하고 소통을 활성화하는 정치의 영역이 축소되고 국정운영이 효율성 중심으로만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식 메시지나 연설문에서 ‘기후위기’나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대통령은 누구일까.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은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의 공식 메시지와 연설문을 모두 수집해 말의 뼈대가 되는 명사 등을 중심으로 단어를 추출했다. 명사가 연속되는 경우 붙여서 따로 하나의 단어로 추가했다. 그런 다음 이전 대통령 모두가 언급한 적이 없는 단어들만 모았다.
대통령별로 가장 많이 쓴 새 단어는 햇볕정책(김대중), 소·대연정(노무현), 녹색성장(이명박), 경제혁신(박근혜), 코로나19(문재인), 늘봄학교(윤석열), 친위쿠데타(이재명) 등 당시 정부의 어젠다나 시대 상황을 담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새 단어 중에는 사회안전망을 의미하는 ‘매트리스’나 과도한 규제를 지칭하는 ‘거미줄규제’ 등 비유적 표현이 눈에 띄었다. GPU, 디스토피아, 새끼호랑이 등 인공지능 관련 단어도 보였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을 인용하면서 ‘서생’이라는 단어도 처음 썼다. 이 말은 김 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말로, 공식 메시지는 아니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은 ‘서생’도 그렇고, 기술 관련 용어의 첫 사용이 많은 것을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닮아 있다”며 “디스토피아 같은 단어의 사용을 보면 전문가들의 우려사항이나 정보를 민첩하게 잘 수집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디지털’을 비롯해 IT강국, BT(생명과학기술) 등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관련 용어들을 처음 사용했다. 비즈니스, 장사, 발명 등의 단어도 처음 썼다. ‘레저’도 처음 언급했는데, 사회 변화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인권국가’라는 단어 조합과 이희호 여사를 지칭하는 ‘아내’라는 말도 처음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북)좌파, 진보진영 등 정치 관련 용어의 첫 사용이 두드러졌다. 특권 없는 사회를 강조하면서 ‘반칙’이라는 단어도 처음 사용했다. 인터넷 대통령으로 불린 만큼 ‘네티즌’이라는 용어도 처음 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K팝’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최초 언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라고 처음 명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단어를 독특하게 조합한 것들이 많았다. ‘카르텔’의 경우 이권, 사교육, 부패 등과 연결해 썼다. 가짜평화, 공산전체주의세력, 노사법치주의, 허위선동 등도 비슷한 경우다.
대통령마다 내건 기치나 구호는 비슷하지만 조금씩 달랐다. 글로벌책임강국(이재명), 글로벌중추국가(윤석열), 글로벌경제대국(문재인), 글로벌대한민국(박근혜) 같은 식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한반도평화실현(김대중), 한반도평화통일(박근혜), 한반도평화구상(문재인), 통일한반도실현(윤석열), 한반도평화공존(이재명) 등 정부의 특성에 따라 ‘공존’ 혹은 ‘통일’에 각기 방점을 뒀다.
대통령별로 많이 쓴 단어를 살펴보니 대부분의 대통령에서 ‘국민’이 1위였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세계’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세계 금융위기를, 박 전 대통령은 경제혁신을 많이 언급한 때문으로 보인다.
상위 5위 안에는 대체로 국민, 세계, 경제 등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집권 배경이 달라도 대통령이 되면 공통의 문제에 부딪힌다”며 “국민을 지속 호명함으로써 자신을 국가운영과 통합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평화, 남북 등의 단어는 상위 20위권 내에서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모두 등장했다. 반면 ‘기업’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만 나타났다. 신현기 교수는 “민주화 이후 이념 갈등이 남북관계, 기업과 시장의 자율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적 위상에 맞게 위안화를 국제사회의 주류 결제수단이자 매력적인 투자 자산으로 만든다. 단, 기축통화가 목표는 아니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구상의 핵심이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기조에 따라 향후 5년간 위안화 금융상품 확대와 무역 불균형 해소에 주력할 방침이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2024년 국경 간 위안화 결제 규모는 약 64조1000억위안(1경3581조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23%나 증가했으며, 중국 국제수지의 53%를 차지해 처음으로 달러를 제쳤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위안화의 글로벌 외환 거래 점유율이 8.5%로 2022년 7%보다 1%포인트 넘게 늘었다.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어난 결과다. ‘위안화 기반 국경간 은행결제시스템(CIPS)’을 만들고 해외 거래 시 이용을 독려했다. 이는 외환 유출 방지와 중국 기업의 편의를 고려한 측면이 컸다.
샹쑹쭤 전 중국농업은행 수석분석가는 “위안화 국제화는 정부의 전략적 의지뿐 아니라 기업 수요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평가했다.
또한 위안화 결제 독려에는 안보적 요인도 고려된다. 세계 최대 광산기업이자 영국·호주 합작사인 BHP는 중국광물자원그룹과 합의해 지난해 4분기부터 철광석 현물 거래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했다. 중국 경제매체 화하시보는 이를 ‘위안화 국제화의 이정표’로 평가하면서 중국 측이 주요 수입 자원의 가격결정권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위안화 국제화 프로젝트는 지정학적 변수로 떠올랐다. 서방 제재에 막힌 러시아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미국 주도 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SWIFT) 대신 CIPS로 결제하면서 CIPS 거래량이 2배 증가했다. CIPS와 위안화 확산이 미국의 금융제재 기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BRICs) 역내 교역에서 CIPS 결제를 확대하고자 한다.
다만 위안화의 국제화 수준을 생각하면 아직까지 달러 견제 효과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SCMP에 따르면 세계의 다양한 기관·기업들과 거래하는 중국 대형 국유은행들은 SWIFT망에서 퇴출되는 것을 두려워해 러시아와의 거래를 꺼리는 상황도 보고된다.
무엇보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제조업 강국’이라는 발전전략 속에서 추진한다. 기축통화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으며 위안화 확산을 위해 전면적 자본시장 개방을 펼치지 않는 이유다.
전 충칭시장이었던 황치판 푸단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중국경제주간’ 인터뷰에서 “위안화는 점점 더 많은 경제권과 시장 플레이어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것이 위안화가 미국 달러의 세계 지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중국은 무역 흑자국인데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면) 많은 양의 위안화를 찍어내 전 세계의 상품과 서비스 구매에 사용해야 하며 이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이해관계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계정 자유화가 전제 조건인데 이 점에서 우리의 힘과 역량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더 깊은 개혁과 축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향후 5년 동안 위안화 국제화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결제수단’으로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면서 ‘매력적 투자상품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중국의 국가발전전략인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은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한다”며 “자본계정의 개방 수준을 높이고, 자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국제결제 지불 시스템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수도인 상하이 공산당위원회는 19일 “금융기관이 위안화 기준 금융자산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며,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위안화 선물거래 시범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본 통제 정책은 계속하되, 중국의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위안화 투자 상품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주된 과제로 삼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류스진 전 국무원 개발연구센터 부국장은 지난 17일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에서 연 포럼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서는 수입과 수출 간의 기본 균형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며 “큰 수출경쟁력과 흑자를 유지하면서 위안화로 결제하는 수입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안화 강세’ 속 수출 경쟁력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 같은 입장의 바탕이 됐다.
중국은 세계 시장에서 위안화 확산이 가져다줄 수 있는 매력으로 ‘글로벌 통화시스템의 안정성’을 꼽는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위안화의 국제화는 국제 통화시스템에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단일 통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제 통화시스템의 안정성을 증진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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