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이트 상위노출 [겨를]AI시대, ‘진짜뉴스’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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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날짜25-12-03 15:01 조회2회 댓글0건본문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우리는 이제 뉴스의 생산과 소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변곡점에 서 있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다. “과연 이것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AI 시대, 우리가 정의해야 할 ‘뉴스’란 무엇인지 다시금 묻게 된다.
AI는 지치지 않는 기자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번역하며, 단순 반복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는 인간이 따라갈 수 없다. 기자가 단순 노동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탐사 보도에 집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AI가 효율을 높여줄 수는 있어도, 사안의 맥락을 파악하고 인간의 시선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손길까지 대신하지는 못한다. 독자들은 복잡한 정치·사회 문제에서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 담긴 기사를 신뢰한다. 뉴스는 데이터의 나열이 아니라 사회의 맥락을 짚어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기계는 감정이 없으니 공정하리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AI는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학습하며, 그 안에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얼굴 인식 AI가 흑인 여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채용 알고리즘이 여성 지원자를 차별한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뉴스 알고리즘도 마찬가지다. AI가 취향에 맞는 기사만 골라주는 동안, 우리는 다른 의견을 접할 기회를 잃고 ‘필터 버블’이라는 고립된 방에 갇힌다. 진짜뉴스라면 알고리즘의 편안함을 넘어, 불편하더라도 알아야 할 진실을 보여줘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가짜뉴스’다. 가짜뉴스라는 말은 이제 너무 흔해져서 그 의미조차 모호해졌다. 학계에서는 이를 단순히 거짓 정보가 아니라 풍자, 패러디, 조작, 선전 등 다양한 층위로 구분한다. 문제는 AI 기술이 이 ‘가짜’를 만드는 데 너무나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는 점이다. 진짜와 구별하기 힘든 딥페이크 영상이나, 그럴듯한 문장으로 허위 사실을 만들어내는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은 저널리즘의 신뢰를 위협한다.
게다가 뉴스 조직들이 자체 AI를 개발하기보다 구글이나 오픈AI와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의 도구에 의존하게 되면서, 뉴스의 통제권이 플랫폼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스가 기술 기업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언론사는 기술에 휘둘리지 않고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키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더욱 단단히 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신뢰다. AI 시대 더욱더 중요해진 뉴스의 조건은 ‘검증(Verification)’과 ‘책임(Accountability)’이다. AI가 아무리 그럴듯한 기사를 쏟아내더라도,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것은 기자와 언론사의 몫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진실을 추구하고, 권력을 감시하며, 공익에 봉사한다는 저널리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쥐고도 이 원칙을 놓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것을 ‘뉴스’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구립 도서관에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읽고 독서 토론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여러 논제를 두고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자리였다. 사실 나는 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꽤 애를 먹었다. 한국 문학을 전공해 카뮈와 그의 작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달 가까이 틈날 때마다 관련 논문과 책을 읽으며 작가와 작품을 공부해야 했다. 웃긴 건 내가 이미 독서 모임 플랫폼 ‘그믐’에서 <이방인> 읽기 모임을 이끈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방인>을 인생책으로 소개했는데, 정작 소설의 배경이나 카뮈의 생애에 대해서는 소상히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사랑했던 이유는 하나의 단어 때문이었다. 바로 ‘습관’이다.
“양로원으로 들어간 처음 며칠 동안 엄마는 자주 울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습관 때문이었다. 몇달 후에는, 양로원에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더라도 엄마는 울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습관 때문에.” 소설 속 ‘뫼르소’의 엄마는 양로원에 들어가게 되자, 자식이 직접 부모를 모시는 것이 더 나은 대접이라는 통념과 아들과 떨어져 낯선 곳에 놓이는 것은 비통한 일이라는 관습적 사고의 영향으로, 자주 운다. 하지만 뫼르소는 양로원에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어도 엄마가 울었을 것이라는 아이러니를 짚는다. 양로원에서 친해진 사람들과의 이별 역시 슬퍼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카뮈는 이와 같은 감정 반응이 ‘습관’에서 비롯한다고 이야기한다. 습관은 익힐 습(習)에 익숙할 관(慣)을 쓴다. 풀이하자면 저절로 익숙해져 익히게 된 행동 방식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자주 노출된다는 뜻이므로 이는 개인이 고유하게 발달시킨 양태라기보다는 사회의 규범 아래 습득한 ‘보편적’이라 여겨지는 사고 및 행동 양식일 것이다. 자연스럽게 또 즉각적으로 어떠한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상황마다 느껴 마땅한 감정은 이미 합의되어 있고, 강요된 감정을 표현하지 않을 때, 우리는 아주 쉽게도 이방의 낯선 사람으로 내몰리게 된다.
카뮈는 <이방인>의 미국판 서문에 이렇게 쓴다.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 뫼르소는 자신이 어머니를 사랑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사회적 규율이라 할 수 있는 ‘언어’로 호소하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여긴다. 자신이 진심으로 느끼는 것 이상으로 감정을 과장하고 극화해 표현하기를 거부하자 그는 자기가 저지른 살인이 아니라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죄로 사형 판결을 받게 된다. 소설의 상황이 더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일상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를 속박하는 제도와 규율, 특정 감정을 느끼라고 옥죄는 관습과 문화에 치열하게 맞서려는 작가의 반항적 에너지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어딘가 고장 나 있다고 느낄 때, 그것까지 일상의 일부라고 넘겨버리지 않고 끝까지 직시하려는, 어찌 보면 ‘치기 어리다’고 비난받을 것도 같은 맹렬한 집념이 소설 전반에 흘러넘친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 인물 뫼르소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더불어 작품이 발표된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여성과 동물에 대한 폭력, 당시 식민지배를 받던 알제리의 상황과 끝내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죽임당한 아랍인을 주변으로 밀려나게 두어 지워버리는 과정은 다분히 문제적이다.
다만 우리를 옥죄고 있는 습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만하다. 상황마다 정해진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극적으로 연기하라고 요구하는 사회에 순응하다가 문득 이질감을 느낄 때, 다시 말해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니까.
인공지능(AI)이 바꿀 미래를 예측한 <새로운 질서>의 영문 제목은 제네시스(Genesis)다. ‘외교의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 크레이그 먼디 전 마이크로소프트 연구 책임자가 공동으로 집필했다. 키신저 사후 발간됐으며 올해 한국에 소개됐다. 키신저는 외교관이었지만 기술변화가 인류 사회에 가지는 함의를 이해하는 데 말년을 바쳤다. 제네시스는 기원, 탄생의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성경의 첫 장인 ‘창세기’를 뜻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AI의 등장이 인류 역사상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자 인간 자체의 정체성까지 재정의하는 중대한 변곡점이라고 인식했다.
2022년 11월30일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으며 생성형 AI 시대를 열었다. 세상이 놀란 지 3년, AI가 몰고 오는 변화는 이제 문명사적 전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술혁명이란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선택의 여지 없이 AI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됐다. 한국에서 챗GPT를 쓰는 사람이 2000만명이 넘는다. 오픈AI는 구독자 수가 현재 8억명 수준에서 2030년 26억명에 달할 것으로 본다. 구글이 얼마 전 내놓은 제미나이3가 챗GPT를 성능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판을 뒤집으려는 빅테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진화 속도와 다각화 측면에서 AI의 발전을 5억4000만년 전 캄브리아기의 생명체 대폭발에 비유하기도 한다.
AI는 국가경쟁력의 평가 기준을 바꾸고 있으며 각국 정부는 AX(AI 대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루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기술낙관주의자들은 AI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질 것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인류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다른 쪽에선 AI가 만든 가짜 정보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기후변화 대응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여기는 등 공포감도 상당하다. 기술에 종속되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AI는 이제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이며 스스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 인간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수 있다(유발 하라리 <넥서스> 중에서). 핵심은 힘의 쏠림을 경계하고 AI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이다. 산업경쟁력 강화에만 치중한다면 속도전이 지상과제가 되고 불균형 성장을 벗어나기 어렵다.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영국 내 AI 관련 기사의 3분의 2가 기업, 제품, 서비스에 관한 것이었다.
국내에서도 기술변혁기란 이유로 다양한 규제를 허물자는 의견이 거세다.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산분리를 완화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이용하는 것을 막고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막기 위한 안전판으로 설계됐다. 산업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되면 국가 경제가 한순간에 휘청거릴 수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앞으로 AI발 노동시장 충격이 거세지고 일자리 없는 성장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기술 진보를 거스르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지만 AI가 노동시장을 뒤흔들 것이란 우려에 귀를 닫아선 안 된다.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첨단 기술과 이를 책임 있게 다루는 역량에서 비롯된다. 교육 시스템은 기술가가 아니라 인문융합공학자를 길러내야 하고 정부는 시민들이 AI가 생성하는 정보의 진위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윤리적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AI 리터러시 교육에 공을 들여야 한다.
AI 시대의 흐름은 피할 수 없다. 그래도 변화에 적응하자고 재촉하고 다그치는 분위기가 굳어지지 않도록 변화의 방향을 묻는 질문은 이어져야 한다. 누군가는 위험성을 계속 고발하고 경계해야 한다. 지난 6월 경향포럼에 참석했던 지나 네프 영국 케임브리지대 민더루 기술·민주주의 센터장은 AI가 인간의 탐욕에 따라 움직이는 미래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그리면서 “어디까지나 인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기술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며 양날의 검이다. 그 편익과 해악은 인류가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AI를 인류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규정한 <새로운 질서>의 부제는 ‘인공지능, 희망, 그리고 인간 정신’이다. AI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이 과연 인간으로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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