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효자동 센트럴에비뉴원 기아 ‘셀토스’ 환골탈태…하이브리드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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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날짜25-12-10 09:48 조회5회 댓글0건본문
기아는 10일 월드 프리미어 영상을 통해 ‘디 올 뉴 셀토스’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2세대 신형 셀토스를 내년 1분기 인도를 시작으로, 국내와 북미, 유럽, 중국 등에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형 셀토스는 1.6 하이브리드와 1.6 터보 가솔린 등 2개 파워트레인으로 운용된다. 경제성과 친환경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차량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기아 AI 어시스턴트를 탑재해 내비게이션, 차량 제어, 엔터테인먼트, 차량 매뉴얼 및 지식 검색 등을 한층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셀토스의 순수 전기차(EV) 모델 출시 계획은 당분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창승 기아 고객경험본부장(전무)은 “완전한 전동화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전기차 시대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생각하고 셀토스 하이브리드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주간경향] ‘이 거리에서 태극기 들고 외치는 날 발견해…무엇에 끌려 이곳에 왔나 그건 바로 내 운명.’
지난 12월 3일 낮 국회 앞. 불법 계엄 1년을 맞아 국회 정문 왼쪽에서 열린 ‘윤석열 계엄 옹호’ 집회장에서 울려 퍼진 노래다.
익숙한 멜로디다. 벨라 차오. 가사는 한국축구 팬클럽 응원가로 쓰이는 걸 개사해 만든 걸로 보인다. ‘인터내셔널’처럼 2차 대전 시기 ‘빨치산’ 노래로 알려진 노래다. 최근에는 한국노동단체 집회 공연에서도 심심찮게 나오는 노래라는 것을 집회 주최 측에서는 알고 있을까.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엔 이렇게 적혀 있다.
“중공인을 데려와 대한민국 국민의 주권을 훔친 더불어공산당.”
중국 공산당과 손을 잡은 한국의 집권당이 부정선거로 권력을 탈취했다는 주장이다. 계엄군이 선거연수원에 있던 중국인 99명을 체포해 후송했다는 보도는 일찌감치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
기사에 등장하는 ‘정통한 미군 소식통’은 중국대사관 앞에서 난동을 피우다 감옥에 들어갔다. 감옥에 들어가기 전 언론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주장도, 미국기관원 신분증도 다 가짜라는 것이 드러났다.
변치 않는 ‘친중·부정선거’ 주장
“민주당이 간첩법의 적용 확대를 반대하며 대한민국은 스파이 천국이 되고 있으며, 북(北)의 지령을 받은 민노총 간부 등의 간첩 활동이 활개 치고 있다. 이처럼 친중·종북 매국 행위가 판을 치고 있음에도 국회 독재 권력에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지난 12월 3일 변호인단이 공개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이다. 그의 ‘머릿속 대한민국’은 여전히 다른 평형 세계에 존재하는 듯하다.
‘윤 어게인’의 중심에는 자유대학이라는 대학생 단체가 있다. 이들은 지난해 계엄이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방관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신념은 총알로 뚫리지 않는다. 진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침묵의 시대가 끝나면 내일은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다.” 이들이 유튜브에 올린 ‘불의에 저항하라’라는 홍보 영상을 보면 비장미가 넘친다. 영상을 보면 특이한 부분이 있다. 난데없는 중국어 대사다.
“한국 극우세력이 중국 관련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반중시위를 벌이는 것은 한·중 우호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가 이미지도 훼손하는 것이다.” 지난 11월 11일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한 포럼에서 한 축사다. 여기에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혐오 시위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같이 편집돼 있다.
이 단체는 계엄 1년을 맞아 전국의 대학가에 ‘헌법 파괴 독재정권 이재명을 재판하라’는 주장을 담은 대자보를 내 거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자보에도 중국 관련 내용이 등장한다. ‘경복궁 배변 테러 중국인 벌금 5만원, 그 중국인을 욕한 당신, 징역 5년’이라는 내용이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추진 중인 형법 개정안이 이 주장의 근거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허위사실 유포와 모욕죄를 다루고 있는 기존의 형법 제307조와 제311조에 ‘특정 국가와 특정 국가의 국민, 특정 인종을 모욕하는 자’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지난 11월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의견 수렴 절차를 마친 상태다. 개정안에서 징역 5년은 허위사실 유포죄에 부과할 수 있는 최고 형량이다. 양 의원 측은 “초범은 벌금형 이상은 나오기 힘들다. 보통은 기소유예로 끝난다”며 “법정형 상한선만 따다 전체적인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대학 측은 대자보 내용이 ‘혐중’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부경대학에 해당 주장을 담은 대자보를 게시한 공과대학 학생 김선광씨는 “대한민국에 해를 끼치는 중국인을 비판하는 것이지 중국 전체를 싸잡아 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징역 5년’은 지나친 과장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중국보다 자국민이 더 피해 보는 것을 극대화해 집회 문구로 쓴 것”이라며 “집회에서는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해야 관심을 받을 수 있어서 쓴 표현”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풀어버린 혐중이라는 ‘독’
“한마디로 말하면 윤석열이 독을 풀어버린 것이다.”
중국 정치경제를 연구하는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의 말이다.
“지난해 계엄을 선포하면서 북한 이야기하고 간첩 주장하다가 중국을 끌어들였다. 반중·혐중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그걸 가짜뉴스를 통해 정당화하면서 상황이 악화한 것이다.”
한·중관계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한국문화 금지령) 등을 거치면서 한국 내에 반중 정서가 확산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혐중은 그 원인을 중국에서 찾긴 어렵다고 말한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혐중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부정선거에 개입했고 한국을 공산화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가짜뉴스들은 전혀 근거가 없다”라며 “이전부터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일부 부정적 정서와 지금의 혐중은 등장 배경이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혐중은 오히려 그 원인이 한국사회 내부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고, 그 중심에는 정파적 이익을 위해 혐오 정서를 자극하는 정치권이 있으며 특히 점점 극우화되고 있는 보수정당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성명·논평에서 중국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2001년부터 총 215건의 관련 자료가 나온다. 새누리당 시절인 2012년 중국 관련 논평은 “중국의 탈북자 한국행 허용을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사드 문제와 한한령 시기까지의 논평을 보면 중국 정부를 향한 외교적 비판이 주류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논평 기조는 미묘하게 달라진다. 자유한국당 시절인 2020년 2월 성일종 당시 원내대변인 논평의 제목은 ‘우한 폐렴 결의안 발의도, 특위 구성도 응하지 않은 민주당은 대한민국 국민보다 중국 정부가 무서운가’다.
발병지역에 대한 차별을 우려해 병명에 지역명을 넣지 말도록 한 국제기구의 권고를 무시하는 것도 그렇지만, 국내정치에 글로벌 이슈가 된 팬데믹 상황을 끌어들인 것이다.
특히 12·3 계엄 이후에는 근거도 불명확한 부정선거, 중국 개입 음모론이 논평에 공공연히 등장했다.
지난 2월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산하 ‘진짜뉴스발굴단’은 ‘이재명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환영하는 인물’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활동하는 모스탄의 연설 내용을 소개했다. 모스탄은 연설에서 “한국의 민주당은 중국 공산당의 영향을 환영하는 등 압도적 의석수를 이용해 한국 국민이 정당하게 선출한 대통령인 윤석열을 축출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3월에는 “독일 공영방송이 대한민국 탄핵 배경으로 친북·친중 정치 세력을 집중 조명했다”며 독일 ARD와 ZDF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소개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대한민국의 야당(현 여당)은 북한 및 중국 정권과 친밀했다’, ‘280명의 군인이 폭동을 막기 위해 국회의사당으로 파견되었다” 같은 극우·윤어게인 세력의 음모론적 주장에 쏠려 있다. ‘진짜뉴스발굴단’은 모스탄의 연설문과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상은 독일 교민과 시청자의 항의로 삭제된 상태다.
“어느 나라든 자기 나라에 유리하도록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경향은 있다. 그런데 선거 개입을 했다는 것은 다르다. 선거 결과를 조작하는 것을 허용한 정부라면 그 정부는 무능한 것이다. 윤석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스스로 밥값을 못한 셈이다.” 함운경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의 말이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으로 불법 체류 및 범죄 조직 침투 가능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김민수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는 “한마디로 망상이며 그런 발언을 국민의힘이 허용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서 잘못하고 다니면 혐한 정서가 생기는 것처럼 중국 사람들이 잘못했으니 혐중 정서가 생기는 것은 있다고 보지만, 정치권에서 그걸 활용해 증폭시키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은 “지정학적으로 중국 바로 옆에 있는 숙명 때문에 중국이 힘을 키우고 패권적 모습을 보이면 한국민이 불안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무비자 입국으로 중국인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식으로 인종적 혐오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제보수·안보보수 아닌 종교보수”
“내부의 실패에 대해 밖에서 원인을 끌어온 것은 윤석열이 처음인 것 같다.”
공희준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음모론적 주장은 더 이상 주류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도피처라고 덧붙였다.
“이명박까지는 보수가 주류였다면 박근혜 탄핵으로 비주류가 됐다. 윤석열이나 지금의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제보수도, 안보보수도 아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종교보수다. 그 교회도 과거의 교회가 아니다. 교회 밖의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은 이상한 신앙공동체다. 대선 후보 때 윤석열은 교회 이야기를 안 했는데 궁지에 몰리니 교회와 손잡았다. 사회적으로 소수화된 교회와 정치적으로 소수화된 윤석열의 고립형 정교 유착이라고 본다.”
이욱연 교수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있는 한 혐중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해법은 “그런 부정적 정서가 공론의 장이나 공적인 영역으로 넘어오지 않게 소수화·주변화시키는 것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 혐중은 한국사회와 우리의 문제다. 그런데 자꾸 한·중관계로 치환하는 것이 문제다. 만약 중국이 지금보다 더 착한 나라가 된다면 없어질까. 중국이 민주화되거나 강대국이 되고 더 앞선 자본주의 나라가 되더라도 여전히 중국을 싫어할 것이다. 문제는 언론과 정치인이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증폭시키고 꺼질 불에 자꾸 기름을 붓는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주간경향 ‘차이나 패러독스’ 기획기사]
“12·3 비상계엄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차원이 다른 변화를 목도했습니다. 시민들이 비상계엄을 저지하고 헌정위기를 극복했다는 자부심,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대한 세계의 찬사 이면에, 우리나라가 몇 단계를 뛰어넘어 민주주의가 추락할 수 있는 나라이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알게 됐습니다. 세계적으로 과거와는 매우 다른 복합위기 시대 속에서 한국 사회가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역사적으로 어디로 가는 길목인지 살펴보고 이 속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둔 지난달 27일 ‘12·3 이후, 쟁점으로 보는 2025 현재사’ 연속 시민강좌 마지막회의 주제는 ‘복합위기 속 한국 민주주의의 전망과 과제’였다. 강의를 진행한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극우 문제에 대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로, 12·3 이후 우리 사회 주요 담론들을 주도해왔다. 이날 강의 중 자주 나온 “믿어지지 않지만” “상상할 수 없지만”이라는 말들이 우리가 처한 상황을 상징하는 듯했다.
글로벌 복합위기, 세계 민주주의 위협
“세계 금융위기, 경제적 불평등, 기후변화, 팬데믹, 전쟁, 테러리즘, 권위주의 확산과 같은 여러 글로벌 위기가 동시에 일어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음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지고, 통제 가능성이 약화되며, 문제 해결의 선택지가 제한되는 상황.”
신 교수는 ‘글로벌 복합위기’를 이같이 설명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글로벌 복합위기는 여러 난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또 터진 다음 문제들이 누적되며 해결을 어렵게 한다. 신 교수는 이 같은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기존 정치세력들이 대응에 한계를 보일 때가 많은데, 그런 한계가 바로 ‘기득권 엘리트’를 비판하고 단순명쾌한 해결책을 약속하는 포퓰리즘, 사회적 약자들을 ‘공공의 적’으로 지목해 희생양으로 삼는 극단주의, 강력한 지도자가 나와 한 번에 문제를 다 해결해야 한다는 권위주의 등 비민주적인 정치세력이 부상하는 토양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2020년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함께 자유통일당이라는 극우정당을 창당한 전광훈이 보수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계까지 왔고, 미국도 건국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유형의 정치지도자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했다. 바로 극우 포퓰리즘 정치가 주류화되는 과정들이라는 설명이다.
신 교수에 따르면 1900년 이후 민주주의 체제 나라의 비율이 급등하는 3차례의 민주화 물결이 있었는데, 2010년대 들어서는 글로벌 복합위기를 발판으로, 전 세계적으로 독재화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급속 퇴행과 12·3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은 이런 세계사적 맥락 속에서 진행돼왔다. 가장 신뢰받는 민주주의 연구 데이터 중 하나인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V-Dem 민주주의 지수를 보면 1987년 한국의 민주화 이후 38년을 대략 전반부 20년, 후반부 20년이라고 할 때 전·후반부의 추이가 달라진다. 노태우·김영삼 보수정권을 거쳐 김대중·노무현 진보정권으로 이어지는 전반부는, 어느 쪽이 집권했건 간에 우리나라의 모든 면에서 민주주의가 신장되는 추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후반 20년으로 오면, 민주주의 평가 결과가 갑자기 곤두박질하다가 결국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끝난다. 신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성격은 독재와 민주주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독재체제는 아니었지만, 민주주의의 여러 측면이 심각하게 부식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촛불집회 이후엔 정권교체가 되면서 2021년 민주주의 평가가 급등해 세계 16~17위로 올라갔다. 1987년 이후 가장 높은 순위다. 그러곤 2년 반 만에 비상계엄이 일어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 극우라고 밝히며 당선된 것이 아니잖아요. ‘상식과 공정’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중도를 끌어들여 권력을 잡았는데, 권력을 잡고 나선 그 권력을 이용해 국가를 친 거죠. 불과 1년 반밖에 안 걸렸어요.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 민주주의를 갖고 있었는지를 알려준 역사적인 경험을 한 겁니다.”
신 교수에 따르면 12·3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을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이후 국제적인 평가 보고서들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발전된 민주주의가 아니고 최소 수준의 선거 민주주의라고 했다. 이 범주로 강등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그 어느 나라에서도 군사작전을 벌여 국회를 점령한 나라는 없다. 신 교수는 “그 심각성을 우리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주의 정치에서는 민주주의와 헌법을 존중하는 정당들이 서로 경쟁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12·3 계엄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경쟁’이라는 룰이 깨진 것이다.
“사실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전환된 나라들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민주주의가 발전된 나라가 많지 않습니다. 독재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없는 나라라고 보았고, 그래서 다들 이렇게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로 이행한 나라의 비결은 뭘까, 어떤 요인들이 있었을까를 주제로 논문을 쓰는 학자들도 많았는데, 이처럼 발전된 민주주의에서 갑자기 독재 수준으로 몇 단계를 건너뛰어 후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친위쿠데타가 보여준 겁니다.” 12·3이 국제사회에 준 교훈이다.
‘극우’의 4단계 진화, 그리고 헌정위기
지난해 말 윤석열 탄핵 찬성과 반대가 80% 대 18%로 찬성이 압도적이었던 여론은 한 달 만에 60% 대 35%까지 좁혀지며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비율이 거의 그대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진짜 비민주세력이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극복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지난해 말의 기대는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계엄을 할 만도 했다’ ‘탄핵할 정도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다니…”라는 충격과 탄식으로 변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이 같은 극우적 생각을 하는 이들은 계엄 때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라 민주화 이후 계속 진화해왔다. 신 교수는 극우세력의 진화를 4단계로 설명한다. 1단계는 초기 조직화 단계로, 1987년 민주화 이후 독재 시대의 질서 붕괴 위협을 느낀 단체들이 보수단체의 이름으로 극우 성향 단체들을 설립하는 시기다. 2단계는 본격적인 조직화와 이념적 과격화 단계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사회문화적 변화에 위기의식을 느낀 세력들이 보수단체들을 조직화하고 과격한 이념을 지닌 우파가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다. 뉴라이트가 이 무렵인 2004년 생겼고, 신 교수도 이때부터 극우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3단계는 극우의 대중화와 대규모 집단행동 단계다. 박근혜 탄핵과 문재인 정부를 겪으며 극우집회 경험을 축적한 대중이 형성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극우적 사고와 담론이 내면화되는 단계다. 마지막 4단계는 극우의 권력화 단계다. 윤석열 정부에서 극우 파워엘리트가 정치권력과 국가기관을 장악, 12·3 이후 극우 사회세력이 보수정치의 주류가 되고 보수정당이 전면적으로 극우화되는 단계다.
극우의 진화에서 ‘빨갱이’라는 명칭의 확산은 중요한 함의가 있다. “빨갱이는 죽어도 돼”라는 구호는 2016년 박근혜 탄핵 때 처음 등장한 이후 매주 극우집회에서 나오고 있다.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에 등장한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 플래카드에서는 국회, 민주노총, 전교조, 언론 등이 빨갱이로 규정되고 있다. 빨갱이라는 말이 무서운 이유는 실체가 없다는 점이다. 빨갱이는 공동체를 위험하게 만드는 적이고, 그 때문에 멸종되어야 한다는 인식만이 공유된다. ‘너 빨갱이잖아’ 한마디로 낙인찍는 과정을 거치면서 반공, 반북, 반중, 반페미, 반동성애, 반노조, 반좌파, 반진보, 반운동권, 반민주당 등 다양한 증오 대상을 가진 극우세력들이 생기고, 연결돼왔다. 반복되는 ‘빨갱이는 죽여도 돼’ 구호는 도덕적인 민감성은 완전히 사라져버린 제노사이드의 사회적 징후라고 볼 수 있다. 특정 인구집단의 구성원들을 같은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최소한 죽여도 된다는 말에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집권 2년차인 2023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이라며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용어를 공산주의의 징표로 만들었다. 당시는 이미 계엄이 준비되고 있던 시기였다.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구라도 빨갱이로 낙인찍어 수거할 수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12·3 이후 민주주의 어떻게 지켜낼까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장갑차 맨몸 저지, 응원봉 시위, 남태령 대첩, 키세스 시위 등 여러 가지 연대의 행동과 참여 등을 통해 시민들은 비상계엄을 한 끗 차이로, 극적으로 막아냈습니다. 굉장히 야만적이고 끔찍한 일이 벌어졌지만, 한국은 거대한 국가폭력이 민중을 누를 때 시민들이 맨손으로 그 폭력적인 국가권력을 정치권력에서 끌어내리는 데 계속 성공한 유일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신 교수는 이어 “해외 학자들은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시민들이 뭘 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국민은 아마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 평가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계엄의 성공과 실패는 불과 한 끗 차이였다. 이미 넘어선 과거인 줄 알았던 1987년 이전의 여러 요소들이 갑자기 다시 폭발해 올라오는 이 시점에 이런 힘들이 더 이상 커지지 않게 막아내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신 교수는 크게 4가지를 강조했다. 우선 민주주의를 방어·보호하는 제도를 강화하고, 국가기관 파워엘리트층의 민주화를 이뤄야 하고, 일상 속에서 반인권·반민주적인 사고와 담론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아니요라고 얘기하며 시민사회의 민주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신 교수는 이에 더해 글로벌 복합위기 국면에서 민주적 정치세력들이 위기 대응과 관리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의 초반 얘기했듯이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극단적인 세력들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를 계기로 기반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금은 모든 면에서 예측 불가능한 게 너무 많은 초불확실성의 사회입니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올지, 또 누가 우리의 우방이고 적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각자도생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민주적인 정치세력들이 위기 대응 역량을 보여줄 때 반민주적이고 극단주의적인 정치세력들은 자연스럽게 소수화되고 고립되는 길로 가게 됩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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