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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폰테크 [내란의 기록-외전] 스스로 지휘부를 체포한 경찰···오명을 벗을 방안은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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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날짜25-12-12 21:41 조회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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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폰테크 일요일이던 지난해 12월8일 새벽 1시30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자진 출석했다. 이 소식을 들은 우종수 당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지휘부는 고민에 빠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6일 국수본 안보수사단을 중심으로 120여명 규모의 내란 혐의 전담팀을 꾸린 터였다. 경찰은 검찰에게는 없는 내란죄 수사권이 있었다. 또 김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이미 발부받았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은 검찰 간부와 통화한 뒤 경찰을 ‘패싱’하고 검찰에 자진출석했다. 경찰은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검찰에 핵심 피의자들을 뺏긴 셈이었다.
경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꾸리자’는 검찰의 제안을 거절하고 별도로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검찰 출신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하면서 검찰 수사본부에 합류하면 논란이 생길 수 있었다. 내란 혐의에 대한 직접 수사권도 경찰에만 있으니 검찰의 지휘를 받아 수사할 이유가 없었다.
경찰은 다음날인 지난해 12월9일 개시하려던 김 전 장관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루 앞당겨 8일 오전에 시작했다. 김 전 장관의 휴대폰과 PC·노트북 등을 압수했다. 이어 박창환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장과 임경우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이충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장 등 30명을 추가로 투입해 특별수사단을 출범시켰다. 검찰에 선수를 빼앗기자 신속하게 조직 규모를 키웠다.
검·경의 다음 표적은 경찰 ‘투톱’이었다. ‘국회 봉쇄’를 지시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내란 수사의 핵심 피의자였다. 검찰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경찰은 내란 수사에 필수적인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경찰은 누구나 수사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경찰은 현직 지휘부인 이들을 조사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방안은 없었다.
12월9일 특수단은 첫 언론 브리핑을 열었다. 우 본부장은 ‘대통령도 수사할 수 있냐’는 질문에 “수사에 인적·물적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우 본부장은 “국수본이 내란죄의 수사 주체”라고도 말했다.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10일 오후 서울청 광역수사단과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에 각각 출석했다. 피고발인 자격이었다. 조사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진술이 나왔다. 조 청장이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김 전 장관, 김 서울경찰청장 등과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는 내용이었다. 그간 조 청장이 언론에 밝힌 입장과는 배치됐다. 조사 전까지 조 청장은 ‘용산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가 TV를 보고 계엄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해왔다. 계엄 직후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나 국회에서도 같은 발언을 했다.
조 청장의 거짓말이 드러나자 특수단 지휘부는 회의를 열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조 청장을 바로 긴급체포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단 귀가시킨 뒤 재조사를 통해 혐의를 구체화해 체포하자는 의견이 맞섰다.
추가 조사를 더 해야 한다는 이들은 안가 회동에 대한 진술만으로 내란죄 입증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했다. 섣불리 체포했다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오히려 수사에 차질이 생긴다는 우려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반면 특수단의 핵심인 안보수사단은 긴급체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증거 인멸 우려가 있고, 조 청장을 우선 귀가시킬 경우 바로 검찰에 체포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조 청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던 시점인 10일 늦은 밤, 법원이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검찰의 내란 혐의 수사권도 인정해줬다. ‘경찰공무원의 범죄’는 직접 수사 대상이라는 이유였다. 검찰이 경찰 수뇌부를 수사할 법적 근거를 확보했으니 경찰 지휘부의 마음은 더 급해졌다. 조 청장이 바로 검찰의 다음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의견이 충돌하던 이들 모두 자신이 속한 경찰이란 조직의 수장을 직접 체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의견은 쉽게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결국 우 본부장이 체포 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은 11일 새벽 3시44분쯤 체포돼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했다.
긴급 체포 이후 특수단의 수사 속도는 빨라졌다.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 등 구체적 범죄 행위를 포착했다. 조 청장 체포 직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석요구서 작성과 불응 시 신청할 체포영장 초안도 미리 마련했다. 특수단이 실제로 직접 윤 전 대통령 체포에 나설 것도 검토했다는 뜻이다.
조 청장 체포 이후에는 구속이란 과제가 남았다. 이충섭 금수대장이 직접 조 청장을 조사했다. 조 청장을 설득해 윤 전 대통령과 5차례 비화폰으로 통화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비화폰 통화 기록은 조 청장 구속의 결정타였다. 또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에서 범죄사실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조 청장 구속 영장 청구와 함께 윤 전 대통령 체포 검토를 시작했다.
근거는 확보됐지만 문제는 남았다. 영장을 신청할 때 경쟁 관계였던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었다. 검찰은 이미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반려하고 자신들이 군검찰을 통해 직접 강제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특수단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통해 활로를 찾기로 했다. 이 금수대장은 12월9일부터 공수처 실무자와 접촉하고 있었다. 12월11일 경찰 특수단은 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와 협의해 검찰을 제외한 공조수사본부를 꾸리기로 했다. 공조본을 꾸린 이후 특수단은 김 전 장관의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고, 조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이후 특수단은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한편, 정보사령부가 비상계엄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특수단은 김 전 장관이 검찰에 자진 출석한 이후 벌인 압수수색에서 포착한 단서로 수사를 시작해 전·현직 정보사령관 등이 오랜 시간 비상계엄을 기획해왔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으로 관심을 모은 정보사 사조직인 ‘수사2단’의 실체와, 정치인을 체포하고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는 등 비상계엄의 전모가 담긴 ‘노상원 수첩’도 확보했다. 특수단은 지난해 12월15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내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특수단은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2차 체포영장 집행, 계엄 국무회의 CC(폐쇄회로)TV 확보 등 성과를 남기고 지난 6월 출범한 내란 특검에 사건을 넘겼다.
한 특수단 간부는 “6개월 이상 이어진 마라톤 같았던 시간이었는데 경찰의 수사력도 몇 단계 성장한 것 같다”며 “경찰이 그동안 크고 작은 전투를 수없이 치렀지만 ‘2차대전’을 치를 경험이 많지 않았는데, 내란 혐의라는 큰 전쟁을 겪으면서도 검찰에 밀리지 않고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 나의 민주주의와 세간의 민주주의에는 확실히 균열이 생겼다. 처음에는 잊어도 좋을 작은 불쾌감이었다. 그날 밤은 긴박했고 우리는 큰 뜻에서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의 민주주의 적들에 대한 단죄가 진행되고 있는 오늘, 1년 전의 일을 계속 곱씹게 된다. 그날의 적들이 다시 풀려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 때문이 아니라 그날의 일을 계기로 집권한 이들의 민주주의가 나의 민주주의와 같은 것일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1년 전 그날은 세계 장애인의날이었다. 비상계엄 선포 몇시간 전 장애인들은 국회에서 자신들의 시민권이 유예된 것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그러고는 마치 그날 밤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들처럼 국회 주변에서 노숙을 했다. 그러니까 이들은 ‘국회로 모여 달라’는 야당 대표의 호소 이전에 국회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다. 이날의 승리가 계엄군보다 국회에 먼저 도착한 시민들 덕분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계엄군이나 시민들이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도착해 있던 사람들이다.
그날 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하나’였다1년 후, 장애인 차별은 여전하고나의 민주주의는 ‘계엄’아래 있다
민주화 훈장을 달라는 게 아니다. 이 사실을 환기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고 시민권 유예가 선포된 시점에 왜 이들이 거기 있었을까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들은 내일 일을 알고 오늘 싸움을 시작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날은 이들이 3년 동안 싸워온 날들의 하루, 조금 특별함을 더하자면, 꼭 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장애인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과 예산을 요구하며 이들이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시작한 게 2021년 12월3일이다. 1년이 지나 2022년 12월3일이 되었고, 또 1년이 지나 2023년 12월3일이 되었으며, 다시 1년이 지나 2024년 12월3일이 되었을 뿐이다.
이날의 구호는 무척이나 고색창연했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 시민항쟁으로 민주화된 지가 언제인데 시민권에 대한 요구라니. 그런데 40여년 전에나 있었던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장애인들과 비장애인 시민들의 민주주의 시간이 일치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날 밤은 모두가 ‘계엄철폐’ ‘독재타도’라는 옛 구호를 외치며 민주주의의 적들과 함께 싸웠다.
그런데 다음날 우리가 염원하는 민주주의가 동일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 찾아왔다. 국회에서 노숙했던 장애인들은 오전에 국회의사당역 지하에서 ‘반헌법 장애인 권리 약탈자 윤석열 즉각 탄핵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 탄핵 추진 비상시국대회’에 합류했다. 이때 장애인 활동가들은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라는 대형 팻말을 들고 있었다. 시국대회에 참석한 일부 시민들이 팻말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지금은 모두가 윤석열 탄핵만을 이야기할 때라고 했다.
장애인들에게 민주주의는 ‘장애인도 함께하는 민주주의’여야 했다. 그렇지 않은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날의 시국대회에서 민주주의는 장애인이 함께하는 것과 상관없이 존재하는 무언가처럼 보였다.
내가 자꾸 곱씹어 보는 장면은 그다음에 나왔다. 시국대회가 끝난 뒤 이어진 민주당의 집회. 한쪽 구석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박경석 대표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윤석열 탄핵만으로는 성취되지 않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장애인의 시민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외치고 있었다. 그때 이재명 대표가 말했다. “박경석씨가 뭐 할 말 많다고 계속 저한테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 내가 마이크 드릴 테니까 마이크로 할 이야기를 하고 그다음에 조용히 하세요.”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장애인 차별 철폐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인데 오죽하면 이러고 계시겠습니까? 발언할 기회를 드리고 그다음에는 좀 조용한 환경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이날의 영상을 본 내 머리는 ‘오죽하면 이러고 계시겠습니까?’에 희망을 걸어보자고 하는데, 마음에는 ‘이야기를 하고 그다음에 조용히 하세요’가 얼룩져버렸다. 그날로부터 극적인 한 해가 흘렀다. 12월4일의 시국대회에서 마이크를 허락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고 그의 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진 집권당이 되었다. 그런데 지난주 이들이 통과시킨 예산은 2021년처럼, 2022년처럼, 2023년처럼, 2024년처럼 장애인의 시민권을 완전히 무시해버렸다. 내 안의 민주주의자는 입을 틀어막았던 지난 정권만큼이나 말을 하라며 마이크를 건네준 이 정권에도 절망하고 있다. 귀를 닫아버렸다면 입을 열어준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당신의 민주주의는 회복되었지만 나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비상계엄 아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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